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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코로나를 받아들이는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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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른바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벌써 4개월, 길었던 시간만큼 바뀐 생활방식에도 어느덧 익숙해간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챙겨 쓰고, 귀가해서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외출은 가급적 삼간다. 정부에서 권고하는 대로 철저히 신경 쓰며 ‘거리두기’를 한다. 매일 뉴스를 보며 확산 상황을 체크하는 것도 필수다.

바로 우리 집 이야기다. 감염 확산 초기 “우리는 아기가 있으니 절대로 코로나에 걸리면 안 돼!”라고 아내가 선언한 뒤 이런 철저한 원칙들이 지켜져 왔다. 좀 답답하긴 하지만 받아들일 만했다.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지킬 것은 지키며 사는 듯 보였으니까.

서필웅 문화체육부 기자

하지만, 잠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던 5월 초 다른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도 제법 눈에 띄고, 술집이나 음식점도 북적거리기 시작한 것. 집 앞에 있는 등산로 초입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쓰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 보일 정도다.

우리 집은 아직도 비상 상황인데 벌써부터 흥청거리는 세상을 보며 힘 빠지고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직 미혼인 친구에게 투덜거렸더니 “너희 집이 아기가 있어서 그동안 유난히 더 신경 쓰는 것”이라며 “내 주변에는 많이 외출을 한다”고 말했다. 만 2살의 아기를 둔 부모의 세상과 친구의 세상은 코로나를 받아들이는 온도가 다른 듯했다.

그럴 만도 하다. 모든 사람은 비슷한 생활 양상을 가진 집단들과 생각과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보도 그쪽에서 먼저 받고, 이를 기준으로 삶의 방식을 정한다. 당연히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온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대 간, 집단 간 소통이 힘들어지는 세태까지 겹치며 온도차는 더더욱 커진다.

아쉬운 것은 이 온도차가 코로나19 시대에는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술집과 식당에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등산로를 오르는 사람들이 단순히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닐 터이다. 자신들이 속한 집단에서는 그 정도는 받아들여지는 수준이었기에 불편한 마음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불편하다.

단순히 집단 간의 차이에 불과했던 온도차가 위기 상황에서는 불편한 마음을 불러오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이를 워낙 극명하게 보여준 덕분에 이런 온도차가 사회적으로 꽤 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해소할 방법을 찾아낸다면 코로나19 극복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장기적 발전에도 좋을 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 5월 초 이태원에서의 감염 확산 이후 많은 사람이 ‘생활 속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5월 이전의 생활방식으로 돌아간 듯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배려’에 나섰다는 뜻일 것이다. 이러한 배려가 우리 사회 모든 집단이 서로의 온도차를 이해하는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

 

서필웅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