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미 외교는 한국의 창조물이었고, 김정은이나 우리 쪽에 관한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입수한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발췌본에 따르면 볼턴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북·미 간 외교를 스페인의 춤인 ‘판당고’(fandango)라고 칭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아첨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볼턴의 저서 내용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이 대북정책 실패 책임을 서로 전가하면서 설전을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친 존 볼턴이 (CBS방송) ‘디페이스 더 네이션’(Deface the Nation)에 나가 북한에 대한 리비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다 망했다”면서 “나와 잘 지내던 김정은은 그의 미사일처럼 분통을 터뜨렸고,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김 위원장을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가 볼턴을 근처에 두고 싶어하지 않았고, 볼턴의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모든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형편없이 후퇴시켰으며 지금까지도 그렇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데 필사적이었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 김 위원장이 역대 미국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 문제를 제기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말에 동의하면서 미국에 일부 호전적인 인사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기술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비무장지대(DMZ) ‘깜짝 회동’이 핵심 참모들과 논의 없이 이뤄졌다는 내용도 회고록에 포함됐다. 당시 볼턴 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그가 김 위원장을 DMZ로 초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볼턴은 “별것 아니라고 본 트윗이 실제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사실에 속이 메스꺼웠다”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이라크행 비행기 안에서 2020년 대선 때 펜스 부통령을 내치고 니키 헤일리 당시 유엔대사를 러닝메이트로 지정하려고 볼턴의 의중을 떠봤다는 일화도 공개됐다. 볼턴은 “루머가 범람하는 백악관 내에선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부통령 교체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통설이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볼턴은 반쪽 진실과 완전히 틀린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며 “미국에 피해를 준 배신자”라고 맹비난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