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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이미지나 언어적 틀 대신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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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코수스의 ‘하나 그리고 세 의자’.

알쏭달쏭한 미술 양식 중 하나가 개념미술이다. 미술작품의 이미지나 형태 구성보다 아이디어나 생각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양식이다. 예술가가 어떤 대상을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어떻게 나타내느냐보다 작품을 창작하면서 가졌던 생각이 더 본질적이라는 것이다. 감상자도 작품의 외형적 형태보다 그 이면에 있는 예술가의 생각을 읽어내야만 한다.

그렇다고 작품 제작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의 아이디어만 읽힌다면 어떤 재료나 방식이든 상관없고, 시각적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완성된 것과 똑같다는 창작 이론에 의한 것이다. 지금까지 미술작품이 감각적 형태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졌다면, 이제부터는 비물질적 속성도 주목하자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작가로 조지프 코수스를 들 수 있다. ‘하나 그리고 세 의자’에서 코수스는 실제 의자를 바닥에 놓고, 한쪽 벽에는 의자 이미지를 붙였으며, 그 옆에 사전에 있는 의자의 언어적 정의를 붙였다. 이 작품에서 그가 의도한 것은 무엇일까? 이미지와 사물이라는 형태로 의자를 설명하려 했다고 이해한다면, 너무 소박한 생각이 될 것이다. 그런 시각적인 형태에서 떠난 미술을 의도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코수스는 우리가 의자라고 생각하는 실체가 과연 무엇에 의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실제 사물에 의한 것인지, 의자 이미지에 의한 것인지, 의자의 언어적 설명에 의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나아가 의자뿐만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모든 실체에 대한 생각을 이런 방식으로 해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금년의 절반에 다가가는 주말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답답한 현실이 우리 앞에 있다. 지금 우리 삶의 중심은 어디에 놓였을까? 현실을 이미지처럼 대하고 만들어진 이미지로 현실을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만의 언어적 틀에 갇혀 사고하면서 주변과 한치 앞 미래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중간 점검이 필요한 때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