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해사(海事)법원’ 유치전이 뜨겁게 불붙고 있다. 일단 부산과 인천이 법원 설치 후보지로 떠올랐으나 전국에서 가장 많은 법조인이 활동하고 또 국제적 해운사의 국내 본사 상당수가 위치한 서울 지역의 변호사들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태세여서 한 바탕 각축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사법원이란 선박 간의 충돌이나 선박으로 인한 해양오염 등 해사 관련 분쟁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치되는 전문법원이다. 영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은 진작 해사법원이 있으나 한국은 아직 없다.
국내 법조계에서도 가정법원, 행정법원, 특허법원, 회생법원에 이은 새로운 전문법원으로서 해사법원, 노동법원 등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한국 제1의 항구도시 부산이 지역구인 미래통합당 안병길 의원(부산 서구동구)은 최근 해사법원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 의원은 발의안에서 “해운·항만을 통한 세계화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10위권의 해양강국인 대한민국은 그 국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독립된 전문법원 없이 전담재판부의 형태로 각종 해사소송을 처리하여 해양 관련 계약 분쟁 심판을 해사법원이 있는 해외에 의존하는 등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사소송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재판이 요구되므로 사건 해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해사법원을 설립하여 국내 해사분쟁 처리의 전문·신속·효율성을 증대하고, 국내기업 분쟁 해결 비용의 해외 유출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해사법원이 부산에 설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태평양과 인접한 해양수산업의 거점도시이자 국내 해양도시 중 유일하게 고등법원과 해양금융기관이 집적해 있는 부산시에 해사법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에 이은 제2의 항구도시 인천도 만만치 않다. 지난 4·15총선 과정에서 통합당을 탈당한 무소속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해사법원이 왜 필요한지 등에 관한 설명은 안 의원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해사법원이 인천에 있어야 한다는 점만 다르다.
윤 의원은 발의안에서 “해사법원은 우리나라의 철도·도로·항공·항만 등 육해공 교통망이 집결되고 행정 지원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인천시에 설치함으로써 우리나라 해사법원이 외국 해사법원과의 국제경쟁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과 인천이 해사법원 유치를 놓고 경쟁한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부산이나 인천 같은 항구도시가 아닌 서울 지역의 법조인들도 해사법원 유치를 간절히 희망한다는 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워낙 많은 관계로 특정 의원보다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유치 희망 목소리를 강력히 내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해사법원이 생기면 주요 원·피고가 될 국제적 해운사들이 대부분 서울에 국내 본사를 두고 있다”며 “만약 앞으로 해사법원이 신설된다면 서울에 본원을, 항구도시 부산·인천에 지원을 각각 두는 형태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