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양대노총의 하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1만770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25% 이상 인상된 것으로, 월급 기준으론 225만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집행부는 전날 제8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1년도 최저임금 심의 요구안을 확정했다. 이 요구안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월급 기준 225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급으로 따지면 1만770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는 최저임금을 시급이나 월급으로 환산하는 기준인 월 노동시간 209시간을 적용한 결과다. 민주노총의 요구안대로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1만770원으로 오르면 올해 최저임금(8590원)에서 25.4%가 인상되는 셈이다. 또, 시급 기준 최저임금이 1만원을 처음으로 넘어서게 된다.
민주노총은 내년도 노동자 가구의 실태 생계비가 225만7702원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태 생계비는 실제 조사 결과로 나타난 생계비 지출액을 뜻한다. 노동자 가구가 최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최저임금이 이 정도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 밖에도 최저임금 인상 주장의 배경으로 최저임금이 헌법에 명시된 정책임금이라는 점, 한국사회의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소득주도 성장으로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 등을 꼽았다.
해당 요구안에는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주휴수당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됏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휴수당 규정은 한 주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또 기업 경영진과 임원이 과도하게 많은 소득을 거둔다고 보고, 이들의 연봉을 민간 부문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공부문은 7배로 제한하는 ‘최고임금제’ 도입 방안도 요구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정부가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지급 수준도 높일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민주노총 요구안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해마다 단계적으로 확대되는데, 이를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사용자는 실제 임금을 그만큼 덜 올려주고도 최저임금 위반을 면할 수 있게 된다. 2024년에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복리후생비로 월 20만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적용하면 임금이 3.6% 깎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심의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요구안을 제시하면 이를 토대로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9명 중 한국노총 추천 위원은 5명, 민주노총 추천 위원은 4명이다. 민주노총은 “노동계 공동의 요구안을 만들기 위해 한국노총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 요구안이 언론에 보도되자 관련 기사 댓글란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는 “그러잖아도 코로나19로 경제가 엉망인데 무슨 무리한 요구냐”, “10% 인상도 과하다고 생각하는데 25%라니”, “소상공인은 다 죽으라는 거냐”는 등 비판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