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대북전단 막으면 테러” 협박에 경찰, 이재명 경호 강화

도청과 지사 공관, 사저 등에 경찰 병력 3개 소대 배치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경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집무실과 공관, 그리고 사저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경기도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면 이 지사한테 위해를 가하겠다’는 취지의 테러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서부전선과 가까운 접경지대를 관할하고 있는 경기도는 그간 이 지사가 직접 나서 대북전단(삐라) 살포 행위 엄단을 강조해왔다.

 

경찰은 21일 수원시에 있는 경기도청과 도지사 공관, 이 지사의 성남시 분당 아파트 주변에 전날(20일)부터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북전단 살포 강행 등 우발 상황이 벌어질까봐 우려해서인데 경력 규모는 1개 소대(30여명)씩 모두 3개 소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이날 자정까지는 외곽 경비 병력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경찰의 조치는 이 지사가 대북전단 살포 봉쇄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이 있다. 한 보수 성향 인사가 “이 지사 집 근처에서 전단을 살포하고 이를 막으면 가스통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인사는 지난 13∼14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집 근처에서 대북전단 날릴 예정, 식은 죽 먹기’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서자 A씨는 다시 15일과 17일 페이스북에 “이재명이란 하찮은 인간이 대북 전단을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을 보면서 그놈 집 근처에서 작업할 것. 경찰들이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난 기꺼이 수소 가스통을 열어 불을 붙일 것”이라고 적었다. 사실상의 테러 예고에 놀란 경찰이 이 인사의 소재 파악에 나섰으나 17일 페이스북 접속 이후로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앞서 경기도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하루 만인 지난 17일 군부대를 제외한 연천군과 포천시, 파주시, 김포시, 고양시 등 접경지 5개 시·군을 오는 11월 30일까지 위험구역으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위험구역 설정 및 행위 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트위터에 올린 대북전단 관련 게시물. 트위터 캡처

이 지사는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북한 노동당 김여정 제1부부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북전단 살포 단속에 나서기로 한 뒤 “대북전단 살포는 우리 국민, 특히 경기도 주민들에게 민폐만 끼칠 뿐”이라고 적극 환영하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후 본인이 직접 대북전단 살포 단속행위를 주도하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포천시에 거주하는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이모 대표의 거주시설에서 전단 살포 설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 집행을 한 데 이어 이 거주시설이 무허가 시설로 확인되자 강제 철거하기로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