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네스코에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을 세계유산에서 ‘지정 취소’해달라고 요구하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 서한을 이달 안에 보내기로 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도쿄에 나가사키시 하시마(군함도) 탄광 등 강제노역 시설 등을 포함한 전시관을 일반 공개했다.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에 따르면 박양우 장관과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지난 18일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박 장관은 당시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군함도 등 강제노역 시설 7곳이 포함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을 때 유네스코 총회에서 노동자 강제동원 사실을 병기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번에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거꾸로 강제동원 피해를 부인하는 내용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전체 유네스코 회원국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기에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하도록 ‘장관 서한’을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23일 일본 전시관에 직원을 보내 문제의 역사 왜곡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앞서 외교부가 일본의 역사 왜곡 행위를 유네스코에 문제제기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체부는 세계유산 ‘지정 취소’로 한 단계 더 높은 수위의 압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외교부는 소극적일 수 있지만 콘텐츠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입장에서 장관의 역할을 해야겠다”면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을 지정 취소한 사례는 두차례뿐이다. 두차례는 모두 유산이 훼손된 경우였다. 유네스코 총회의 발언을 이행하지 않은 사유로 지정취소된다면 이번이 처음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지정을 철회하려면 위원국 21개국 중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하고 회의 등 절차가 필요한데 현재 유네스코가 코로나19로 업무 정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하시마 탄광 등 일본의 강제노동 동원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와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