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호불호와 상관없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출간을 바라보는 미 주류사회의 시선은 대체로 곱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길 거부했던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폭로하는 책을 펴낸 건 순전히 돈 때문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볼턴 전 보좌관의 목표가 정말 돈을 버는 것이었다면 그마저도 이루지 못할 사정이 생겼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이 지난 주말 해적판으로 인터넷에 풀렸다고 외신이 전했다. 미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오는 23일 출간될 예정인 ‘그것이 일어난 방’의 PDF 파일이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회고록 출판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는 이날 “저작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인 해적판 유포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지난 17일 사전 예약 판매를 통해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미 법무부는 이 책이 국가기밀을 누설했고 출판에 앞선 예비 검토 과정을 마치지 않았다며 출판금지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볼턴 전 보좌관으로선 회고록 판매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찰나 해적판의 온라인 유포라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 얽힌 비화를 폭로한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으로부터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주된 이유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이란 것이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 볼턴 전 보좌관을 “단지 책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불만스러운 선정주의자”라고 규정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란 중책에 발탁됐으니 불만이 있더라도 현 정권이 끝날 때까진 참았어야 한다는 속내가 읽힌다.
민주당도 볼턴 전 보좌관의 상업적 욕심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민주당의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해 “애국보다 인세를 택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연말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를 추진했던 펠로시 의장은 하원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길 거부한 볼턴 전 보좌관의 행동에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국민을 구하는 것보단 돈을 버는 데 관심이 많은게 분명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회고록이 정식으로 출간되기도 전에 PDF 해적판이 인터넷을 통해 유출됨으로써 볼턴 전 보좌관 손에 쥐어질 인세는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액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