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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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끌면 논란 확산”… 中, 홍콩보안법 6월 내 제정 강행

국가안전공서 신설 등 중앙정부 절대적 권력 명문화 파문 예고 / 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 전 마무리 / 7월1일 예정 대규모시위 견제도 / 전인대 상무위 1주일새 또 개최 / 28일 20차회의 심의·의결 가능성 / 보안법, 자치·사법독립권 무력화 / 행정장관이 담당법관 지명권 가져 / 특수사안에 중앙정부 개입 핵심 / 홍콩인 中에서 재판도 배제 못해
지난 5월 27일 코즈웨이 베이 지구에서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고 일부 참가자들을 붙들어 두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이달 안에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일 태세다. 시간을 끌수록 논란이 확산한다는 생각에서 가급적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는 판단에서다. 7월 1일 홍콩 주권반환 기념일을 계기로 예고된 대대적인 시위에 대한 견제 의미도 담겨 있다. 이 법에는 중국 정부가 홍콩 지배력을 강화하는 홍콩 국가안전공서(國家安全公署) 신설 등 중앙정부의 절대적인 권력을 명문화해 파장이 예상된다.

 

22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오는 28∼30일 베이징에서 20차 회의를 소집한다. 일단 전인대가 공개한 심의 법안에 홍콩보안법은 없지만, 20차 회의에서 심의·의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글로벌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전인대 상무위 탄야오쭝 위원은 “7월 1일 이전 열리는 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 홍콩보안법 제정 총력 가속… 7월 1일 전 통과

 

중국 전인대 상무위는 통상 두 달에 한 번 개최된다. 법안은 통산 세 차례 심의를 거친 뒤 의결한다. 따라서 법안 하나를 처리하는 데는 보통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홍콩보안법 처리는 통상적인 법안 처리 절차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전인대 폐막식이 있었던 5월 28일 표결을 강행해 통과시킨 후 지난 20일 전인대 상무위에서 1차 심의했다. 이어 일주일 만인 28일 또다시 상무위를 개최키로 했다. 이처럼 일주일 만에 두 차례 전인대 상무위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홍콩보안법 처리가 아니라면 설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톈페이룽 중국 베이항대 교수는 “홍콩 안팎에서 입법 과정을 방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방해공작이 입법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시민이 한 쇼핑몰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시위 1주년을 맞아 지난해 시위 당시 숨진 남성을 추모하며 ‘홍콩 독립’이라고 쓰인 깃발을 흔들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보안법, 홍콩 자치와 사법독립 무력화 포석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 자치와 사법 독립권이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정부 국가 안보기관인 홍콩 국가안전공서 설치,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의 담당법관 지명권, 특수사안에 대한 중앙정부 개입 등 3가지가 핵심이다.

 

홍콩 국가안전공서는 홍콩 안보정세를 분석하고, 안보 전략과 정책 수립에 대한 의견 제안 및 감독, 지도, 협력 권한을 가지게 된다. 홍콩 사법기관 및 입법기관과 협력체계도 구축하는 등 홍콩 안보업무와 관련한 실질적 최고 권력기관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차관급 기구인 국가안전공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앙국가안전위원회에 직보하는 체계”라고 전했다. 중앙정부 기구 개입을 명문화한 만큼 홍콩 고도자치는 사실상 침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홍콩 지도자가 전·현직 법관 중 국가안보 사건을 맡을 법관을 결정하는 것도 사법권 침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홍콩 지도자는 홍콩 행정장관을 의미하므로, 중앙정부에 책임을 지는 행정수반이 법관을 임명하는 것 자체가 공정한 재판을 사실상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보안법에는 홍콩 안전 유지에 대해 중앙정부의 근본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안전공서와 국가기관은 국익과 관련된 특정 범죄에 대한 관할권이 인정된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를 중앙정부는 특수사안을, 홍콩 정부는 보통사안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내 사건에 대한 중앙정부 개입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홍콩인이 중국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