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동의하도록 압박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세계일보가 입수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에게 ‘1년 내 비핵화’를 요구했고 “그(김 위원장)가 동의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6·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올수록 낙담하고 회의적으로 됐으며, 북한의 시간끌기에 말려들어 ‘위험한 양보’를 할 수 있는 데다, 회담까지 할 경우 김 위원장에게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의 열정적인 춤 이름)가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북한이나 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고 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전했지만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또다른 ‘가짜 양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수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해 4월 11일과 6월 30일에 백악관과 청와대에서 각각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계속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50억달러를 내라고 압박했고, 문 대통령은 기대치가 너무 높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 백악관 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에 TV를 수출해 미국이 연 40억달러를 잃고 있고, 주한미군 기지 유지에 연 50억달러를 쓰고 있다”며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다고 볼턴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이 문 대통령을 보호하고 싶어하고, 커다란 존경심을 갖고 있다는 말도 했다고 볼턴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많이 투자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치가 너무 높다고 응수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볼턴에게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면서 “지금이 돈을 요구할 좋은 시기”라며 “존(볼턴)이 올해 10억달러를 얻어냈고, 미사일 때문에 50억달러를 더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볼턴이 밝혔다.
워싱턴=국기연·정재영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