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을 대상으로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 해당 검사장은 사실상 직무에서 배제됐다. 법무부는 검찰의 자체 감찰로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직접 감찰에 나설 수 있으나,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직접 감찰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법무부는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를 오는 26일자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내고 직접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한 검사장이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만큼 기소 여부와 별개로 징계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 감찰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에 대한 1차 감찰 권한은 대검 감찰부에 있지만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라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여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명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감찰 사건’의 경우 장관이 감찰을 지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검찰 수사까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직접 감찰은 일반적이진 않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검언유착 의혹에 한 검사장과 함께 연루된 채널A 이모(35) 기자에 대해 전문수사자문단이 불기소를 권고할 경우에 대비한 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추 장관은 법무부는 한 검사장을 사실상 무보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낸 것과 관련해선 “일선의 수사지휘 직무수행이 곤란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다만 이날 발표에서 한 검사장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다.
한 검사장은 여권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던 이 기자가 지난 2∼3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며 수감 중인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하는 데 공모한 혐의(강요미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이달 초 한 검사장을 입건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는 한편,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이다.
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 기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보고를 대검찰청에 올렸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에서는 ‘범죄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해 결론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지난 19일에는 ‘수사팀 외부 법률전문가들에게 기소 여부 등 판단을 맡겨달라’는 이 기자 측의 진정을 받아들여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이 사건 수사지휘도 대검 차장검사 등에게 맡겼다.
한 검사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앞서 이번 의혹과 관련해 한 검사장의 이름이 오르내렸을 때도 그는 자신이 해당 의혹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전보 조치에 대해서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