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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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고들빼기

보통 나물은 파릇파릇한 어린 순으로 만드는 봄나물이 제격이지만 더운 계절에 기운을 북돋워주는 고마운 나물들도 있다. 요즘은 나물보다는 김치로 더 인기가 많은 고들빼기가 그러하다. 고들빼기는 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풀이며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 분포한다. 고들빼기는 줄기잎의 밑부분이 둥글게 줄기를 감싸안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씀바귀, 선씀바귀, 뽀리뱅이 등과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초봄일 때 땅 위에서 돌려 나온 뿌리잎들을 보면 어느 것이 씀바귀인지 고들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줄기가 자라고 꽃이 피는 5∼6월이 되면 잎이 줄기를 감싸는 모양으로 쉽게 구별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씀바귀는 수술이 검은색을 띠지만 고들빼기는 꽃잎과 같은 노란색이어서 구별이 쉬워진다. 이 식물은 워낙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는 습성인데,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나서 길가나 돌 틈 사이에서 자주 보이고 공터에 마치 잡초처럼 무리지어 자라기도 한다. 예부터 지방에 따라 쓴나물, 씬나물, 빗치개씀바귀, 참꼬들뻑이 등으로 불렸다.

지금 불리는 고들빼기의 유래는 뿌리가 곧게 자라나는 특징으로 ‘곧은배기’가 고들빼기로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쓴맛(苦)이 들어간 물건(배기)이어서 고들빼기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주장도 있다. 어쩌면 쓴맛나는 식물이라 해서 불린 씀바귀처럼 식물 본연의 특징으로 널리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정착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고들빼기는 예부터 씀바귀와 함께 봄에 어린잎을 무치거나 살짝 데쳐서 나물로 애용했는데, 여름으로 들어오면 뿌리가 더욱 곧고 굵어지기에 남쪽 지방에서는 이를 김치로 만들어 즐겨먹었다. 예전에는 시골장터에서 묶음으로 사거나 들에 나가 직접 채취하여 만들던 것이 이제는 대량재배를 통해 체계적으로 김치로 생산되고 있다. 이렇게 전통적인 생물자원 활용법이 어느 순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더욱 각광을 받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더위가 찾아오면 매번 그러하듯이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박찬호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