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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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완화” 목소리 커지는 여권… 美는 “유엔 결의 이행”

北 대남 군사행동 보류 하루 만에 유화책 쏟아내 / 문정인 “美 반대해도 대북지원 / 北 개별관광 통해 도울 수 있어” / 조세영 외교차관 한·미포럼서 / “정전체제 종식… 항구적 평화 구축” / 정세현 “한·미워킹그룹이 족쇄” / 송영길 “유엔에 제재 완화 요청”
사진=뉴시스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지 하루 만에 대북 문제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 분출하고 있다. 북한이 대북제재의 원인인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앞장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완화안에 편승하며 국제 공조를 흐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25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대북 지원은 미국이 반대한다고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 특보는 대북 지원과 관련해 “미국이 반대한다고 우리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동맹은 쌍방의 국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북한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며 “식량 및 의약품 지원 외 한국인 관광객이 중국 등 제3국의 여행사를 통해 북한 비자를 발급받으면 (한국 정부가) 북한 방문을 허용하는 개별 관광 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화상으로 개최한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 국민 사이에 미국의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받는 데 대한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시작전권 전환이 미래를 향해 적응하고 진화하는 한·미 동맹의 중요한 상징이 될 것이라며 “이는 또한 한국 국민에게 그들의 나라(한국)가 미국의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남북 간 긴장 확대를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면서 “대화와 변함없는 관여, 건강한 인내가 전진을 위한 유일한 건설적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조 차관은 “한국인들은 이제는 현재의 정전체제를 끝내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한국이 우리 스스로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데 주인공이 될 때라고 여긴다”고도 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국회 강연에서 “외교부가 한·미워킹그룹이 생겼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을 때 ‘족쇄를 찼구나’ 생각했다”며 “미국이 워킹그룹을 만들 때 국방부, 재무부, 상무부를 상대하기 힘드니 전부 한그룹으로 묶어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거기 걸려 헤어나지 못한 결과 북한이 이런 패악질을 부리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한·미워킹그룹이 한·미 공동선언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느냐 그 반대인가 하는 문제 제기를 피해갈 수 없다’면서 질문을 던졌다. 정 수석부의장은 “대통령 주변에 한·미관계와 관련해 ‘동맹파’가 있느냐, ‘자주파’가 있느냐에 따라서 엄청 달라진다. 미국을 상대로 한 발짝 앞서갈 참모를 쓴다면 우리가 미국을 끌고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라인이 미국에 치우쳐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들을 만나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 제재의 일부 완화를 강력히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5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에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철로. 뉴스1

미 국무부는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최근 러시아와 중국 등이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모든 유엔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은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을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우리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워싱턴·도쿄=정재영·김청중 특파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