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리보핵산(RNA)을 사용하는 이번 백신은 대량생산이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팀은 전날 일반인 300명에게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2회분을 투여했다고 밝혔다.
약화된 바이러스나 변형된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이번 백신은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중간매개인 RNA 합성물질을 사용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RNA 합성물질 1리터로 200만개의 백신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2021년 초까지 영국을 포함한 세계에 백신을 배포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백신 개발을 위해 임페리얼 칼리지에 4100만파운드(약 623억원)를 지원했다.
이 RNA 합성물질은 바이러스를 흉내 내 근육에 주입하면 자가증폭을 통해 복사본을 만든다. 그러면서 인체 내 세포에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고서도 면역체계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인식하고 싸울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 백신 후보물질은 현재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항체 생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1차 시험 단계 이후 10월 6000명을 상대로 또 다른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금융업계 종사자 케이티는 “내가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임상시험은 내가 참여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백신 개발 진행 과정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을 이끈 로빈 샤톡 교수는 “불과 몇 달 만에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부터 백신을 만들어 인간을 상대로 한 임상시험까지 이뤄냈다”며 “우리의 접근 방식이 작동한다면 백신은 병을 상대로 효과적인 방어막을 제공하고 앞으로 감염병 사태에 대응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카트리나 폴록 박사는 “조심스럽지만 시험 참가자들에 긍정적인 면역 반응이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면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 조사 데이터가 매우 유망했다. 면역체계가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중화 항체반응을 얻은 것”이라면서도 “백신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