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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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주역 해설서… 삶의 통찰 쉽게 풀어

입력 : 2020-06-27 03:00:00
수정 : 2020-06-26 20: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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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진 / 위즈덤하우스 / 1만5000원

막힘없는 삶을 위한 주역 공부 / 강기진 / 위즈덤하우스 / 1만5000원

 

주역(周易)은 읽기 나름이다. 시인이 한 줌의 모래 속에서 세상을 발견하는 것처럼 주역은 읽는 이에 따라 길거리에 펼쳐놓고 복비를 대가로 길흉을 점치는 책이 될 수도 있고, 두고두고 읽으며 하늘과 땅 사이 사람의 길을 궁리하는 철학서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주역 해설서가 나왔는데 신간 ‘막힘없는 삶을 위한 주역공부’는 생활인을 위한 주역 해설서다.

공자가 가장 즐겨 읽었던 책이기도 한 주역은 최근 그 해석의 지평이 크게 넓어졌다. 1899년 발견된 갑골문에 대한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그간 해명이 불가능했던 주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최신 연구를 반영한 토대 위에 현대 생활에 접목 가능한 주역 64괘의 가르침을 친절하게 쌓아올렸다.

주역의 문구 하나하나를 해석하는 대신 주역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살피고, 각 괘가 나타내는 변화의 법칙을 실감나는 인생사에 대입해 설명한다. 가령 2장 ‘어떻게 설 것인가’에선 “이 세상은 두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며 진실하지 않은 사람, ‘비인(匪人)’이 섞여 있는 공동체와 그렇지 않은 공동체에서 사는 방법이 다름을 알려준다. 공자 말씀대로 ‘더불어 말을 나눌 만한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에선 서로 소통이 원만하고 태평하니 내 쪽에서 작게 가도 크게 돌아온다. 그러니 자꾸 내 것을 주는 게 이득이다. 반대로 군자가 비인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는 ‘크게 가고 작게 오니 불리하다’는 게 주역 가르침이다.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막힘없이 주역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데, 이는 지은이 강기진의 공부 덕분이다. 강기진(본명 강병국)은 이미 2018년 주역을 새롭게 해석한 ‘주역독해(상·하경)’을 펴냈다. ‘주역공부’는 전작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독자가 주역을 접할 수 있도록 쓴 안내서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서강대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동양사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강연과 집필 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은이는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는 주역 한 구절에 사로잡혀 주역 연구에 천착하게 됐다고 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