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보수단체의 장소 선점으로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수요시위를 열지 못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이 다음달 말부터 또다시 수요시위 자리를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의연은 앞서 24일 집회를 진행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도 다른 집회에 내주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다음달 29일 수요일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이곳은 정의연이 지난 24일 제1445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한 장소다. 이날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는 28년간 매주 수요일마다 수요집회를 열던 정의연이 아닌 자유연대가 집회를 열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를 계획하는 사람은 최장 30일(720시간) 전부터 경찰에 신고서를 낼 수 있다.
공대위는 29일 0시가 되자마자 오는 7월29일부터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서를 제출했다. 김병헌 공대위 기획단장은 “7월 29일부터 매주 수요일 집회를 할 것”이라며 “정의연이 수요시위를 그만두고 ‘성노예상’을 철거할 때까지 집회 신고를 내겠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다음달 29일 여성가족부를 규탄하고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자유연대가 종로경찰서 인근에 상주하며 날마다 소녀상 앞 집회를 신고하고 있는 데다 이미 밀려난 지점까지 공대위가 차지함에 따라 정의연은 다음달 말부터 수요시위 장소를 또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정의연 관계자는 “(자유연대 등이) 밤을 새워가며 집회 신고를 한다는데 우리는 사람이 부족해 선순위 등록을 할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장소 조정 등 문제에 대해 “공대위의 신고서를 막 받은 터라 아직 내부 논의 중”이라며 “공대위가 계속해서 연합뉴스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해 난처하다”고 말했다. 집시법상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다른 집회가 신고된 경우 경찰은 해당 장소를 분할하는 등 조정을 권유할 수 있다. 다만 집회 우선순위를 가진 단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이 어렵다.
공대위는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만든 단체로, 그동안 소녀상 북동쪽인 서머셋팰리스 서울호텔 앞에서 소녀상 철거 요구 ‘맞불집회’를 열어왔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