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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주거 안정” vs “전·월세 급등 우려”… 엇갈리는 시장 전망 [심층기획 - 당정 '임대차보호 3법'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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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영향은 / 윤후덕, 계약갱신 청구권 1회 연장 / 박주민은 무제한 계약연장안 내놔 / 이원욱, 세입자 바꿔도 임대료 제한 / 안호영, 계약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 정부, 장기적으로 임대 시장 안정 / 낮은 임대료로 갭투자 차단도 기대 / 일각선 “정부 통제로 재산권 침해” / 각종 규제 따른 전세난 가중 지적도
서울 강남의 한 상가에 위치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물 등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여당이 전월세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임대차보호 3법’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3법이 이르면 이달 말 정부 의중이 반영된 의원 입법 형태로 모두 국회에 발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절대 다수로 21대 국회를 장악한 여당이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면 1989년 ‘2년제 전세’ 도입 이후 특별한 변화 없이 유지된 주택임대 시장의 판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주택시장에도 역대급 변화가 예상된다.

 

◆여권발 법안 발의 ‘우수수’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번 국회 개원 이후 모두 11건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중 9건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과 맥을 같이하는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과 정부 발의안이 각각 1건이다.

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계약갱신 청구권 1회 연장(2+2년)과 5% 전월세 상한제가 패키지로 담겨 있다. 지난해 민주당과 법무부, 국토부 간 합의한 내용이다. 계약갱신 청구권 횟수나 기간, 전세·월세 임대료 상한 비율 등을 놓고 당정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중재안 성격이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안도 비슷한 골자로, 최초 임대차 기간을 포함해 최소 4년간 임차인이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임대료 상한 비율도 동일하다.

당정 협의안보다 한층 강도를 높인 법안도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계약갱신 청구권의 기한을 없애는 법안을 냈다. 세입자가 원한다면 무제한으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집주인이 직접 거주해야 할 객관적인 이유가 있거나 세입자가 임대료를 연체하는 경우 등에는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이원욱 의원은 계약 갱신 때만 임대료 상한선을 두는 게 아니라 세입자를 새로 구해도 기존 임대료를 일정 비율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조만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민주당의 총선 공약에서 제시된 내용이기도 하다. 집주인이 4년마다 세입자를 바꾸면서 임대료를 대폭 올릴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세입자가 바뀌어도 이전 세입자에게 임대한 가격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만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임대료 상한율도 기존안(5%)보다 낮게 ‘기준금리+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하기 위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 때 해당 법안을 발의한 경력이 있는 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재추진에 나설 예정이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20대 국회에 제출해서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된 법안들을 다시 제출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중”이라며 “법안의 기본 취지나 내용은 과거 제출했을 때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 당시 안 의원이 제출한 전월세 신고제 법안은 주택 매매처럼 전세·월세 계약도 30일 이내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거래가 신고가 접수되면, 임차인의 확정일자도 등록되는 만큼 이 기간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고 정부는 임대 시장 통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어디까지

임대차보호 3법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은 세입자가 쫓겨날 걱정 없이 주택 임대를 하게 되면, 시장 가격 안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대차보호 3법이 통과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특별한 과실이 없는 한 최소 4년간 새로 집을 구하려고 전전긍긍하는 수고를 덜게 된다. 전월세 상한제로 임대료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자연스럽게 주택 매매 가격도 안정되고 시세 차익을 노린 갭투자 또한 줄어들 수 있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복지가 향상되고, 중개 수수료와 이사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절감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의 임대계약 내용과 조건에 직접 통제를 가하는 만큼 재산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기간에 임대료가 급등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전세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1998년 당시 전셋값이 서울 23.68%, 전국 17.53%나 급등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보호 3법은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시행 직전에 미리 가격을 올려받으려는 집주인이 늘면서 단기적으로는 전·월세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며 “정부는 장기임대주택 등 공급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시장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전월세 상한제 등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지는 두고 봐야할 것”이라며 “각종 규제를 신경 쓰느라 집주인이 세를 내놓지 않으면, 전세난이 가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독일선 세입자가 원하면 평생 계약도 가능

 

해외 선진국은 여권이 추진 중인 임대차보호 3법과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 기간을 일정 기간 이상 보장하면서 임대료 인상 비율도 규제하는 식이다.

 

독일은 세입자가 원한다면, 평생 계약이 가능하다. 집주인이나 가족이 직접 거주해야 할 이유가 있다거나 수리, 재건축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세입자가 계속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임대차보호법과 비슷한 개념이다. 임대료는 3년 기준 20%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했고, 주정부 판단에 따라 15%까지 인상 폭을 더 낮출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있다.

 

영국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1차 세계대전 직후 임대료가 상승하자 꾸준히 규제 정책을 펼쳐오다가, 1989년을 기점으로 임대료 규제를 전면 자율화했다. 이에 따라 1989년 이전에 체결된 계약은 세입자의 권리가 높은 수준으로 보장되는 반면, 1989년 이후 계약은 임대료 인상 제한이 없고, 단기 계약도 가능하다. 다만 계약 기간이 끝났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명령 없이 세입자를 퇴거시킬 수는 없다. 세입자가 새로 이사할 집을 구하는 기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일반적이고, 집을 구하지 못했을 경우 지방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미국에서는 뉴욕, 뉴저지, 워싱턴DC,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규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은 1947년 2월 이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에 임대료 상한선을 정해놓고 있다. 2년마다 고시되는 임대료 기준 안에서 월세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1947년부터 1974년까지 지어진 공동주택 일부에 대해서는 임대료 안정화 조치가 적용된다. 집주인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주면서 시세 이하로 월세를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이 우리나라보다 세입자의 권리에 더욱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임대시장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 등에는 없는 전세 계약의 비중이 높다.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보증금을 제외한 별도의 임대료를 받지 않는 전세 방식은 집주인보다 세입자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 세입자는 유지비 부담 없이 주택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집주인은 세금 납부는 물론, 주택 보수·관리 의무를 져야 한다. 자연스럽게 집값 변동 추세와 시세 차익 기대감에만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진국의 임대 관련 규제는 서민·취약계층의 주거복지 보장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임대료 등의 규제 실익이 ‘사회적 약자’에게 온전히 돌아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을 이미 보유했거나, 보유할 여력이 있음에도 전세 제도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임차 가구로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로 주택 매매시장도 하락하는 시기에 임대료 규제까지 강화할 경우 집주인이 임대용 주택에 투자할 여력이 떨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세입자들의 주거 환경이 전반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