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문민장관’ 내세운 추미애 “유례없는 검찰개혁 선봉에 설 것”

언행 논란에도 “꺾이지 않겠다” 정면돌파

연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공개 비난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건건이 지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고 때로는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며 “그러나 꺾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의 언행 논란에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을 아랑곳 않고 검찰개혁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추 장관은 검찰을 ‘폭주기관차’로 비유하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가 전임자들(이전 법무부 장관들)과 같을 수는 없다”며 “법무부 장관은 국가 수사의 총량을 설계하고 검찰 사무의 지휘 감독을 통해 책임지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절한 지휘 감독 권한이 주어져 있는 것”이라며 “검찰청법 8조가 이를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문민화 이후 조직과 힘을 가진 검찰이 우위에 서면서 법적으로는 ‘법무부 외청 검찰청’이지만 현실에선 ‘검찰부 외청 법무청’으로 역전됐다”며 “민주적 통제를 할 수 있는 법무부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필요하고, 현재 진행 중”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추 장관은 최근의 논란을 의식한 듯 “저는 일상적 지휘를 지양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지휘함으로써 검찰의 중립을 존중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제 지휘가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대구 지역에 확산됐을 때 방역의 긴급성과 감염경로 파악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압수수색을 위한 일반 지시를 했으나 검찰은 그런 제 지시도 듣지 않고 그 긴박한 순간에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적기에 압수수색을 하지 못해 폐쇄회로(CC)TV를 통한 자료 복구가 어려워졌다”고 부연했다.

 

추 장관은 검사 출신 장관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민 장관’이란 표현을 썼다. 그는 “문민 장관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수사와 별건수사, 인권침해를 시정하는 내용이 많다”며 “보통 대검이 거북해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판사 출신이다. 그는 “문민 장관의 지휘는 새삼스럽고 처음이라는 듯, 건건이 지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며 “때로는 좌절감이 들기도 하지만 꺾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폭주기관차와 같다”며 “그 폭주는 반드시 국민의 피해로 귀결된다”고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추 장관은 이것이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저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검찰개혁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이미 뿌리 깊게 얽혀있는 관행을 구호로만, 강한 의지로만 풀 수 없을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그는 “법률적으로 완벽하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이고, 모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저를 공격함으로 검찰개혁의 동력을 상실시키려는 노력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제 역할은 검찰개혁을 대한민국 역사의 되돌릴 수 없는 강 너머로 지고 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다시는 검찰과 법이 약자가 아닌 권력을 보호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며 “그 선봉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추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대상 강연 등에서 윤 총장을 향한 비난을 공개적으로 쏟아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문제는 검언유착”이라며 “장관의 언어 품격을 저격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장관의 정치적 야망 탓으로 돌리거나 장관이 저급하다는 식의 물타기로 검언유착이라는 본질이 덮어질지 모르겠다”며 “검언이 처음에는 합세하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개인을 저격하다가 그들의 유착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검찰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을 저격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추 장관이 이날 글에서 문민 장관이란 표현을 쓴 것을 두고 “군사정권 끝난 지가 30년이 넘었건만 문민 장관은 또 뭔 소린지”라며 “‘문민’이라는 말은 김영삼정부 이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추 장관은 아직도 군부독재랑 싸우는 모양”이라며 “민주화운동을 하려면 그 시절에 했어야지, 그땐 열심히 고시 공부만 하더니 이제 와서 웬 군부독재 타령?”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윤 총장은 전두환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며 “문민 총장을 탄압하는 전두환 짓 하는 게 누군데”라고 추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