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시장 규모가 2018년 6월 정점을 찍은 후 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지속해서 인하하자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확 높인 결과다. 올해만 대부업에서 43만명 이상이 빠져나갔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30일 발표한 ‘2019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계 대출 잔액은 15조917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16조6740억원) 대비 7570억원(4.5%) 줄었다. 이용자도 177만7000명을 기록해 지난해 6월 말(200만7000명)보다 23만명(11.5%) 감소했다.
대부업 대출 잔액은 2018년 6월 17조4000억원을 기록한 후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2018년 하반기엔 17조3000억원, 지난해 상반기엔 16조7000억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 하반기엔 16조원의 벽이 깨졌다. 대부업 이용자 수도 마찬가지다. 2018년 상반기엔 236만7000명이 대부업을 이용했지만 2018년 하반기(221만3000명), 2019년 상반기(200만7000명)를 거쳐 지난해 말엔 이용자가 100만명대로 줄었다.
대부업 시장이 작아지는 주원인으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꼽힌다. 정부는 2014년 연 34.9%였던 법정 최고금리를 2016년 27.9%, 2018년엔 24%로 내리며 2년마다 꾸준히 낮췄다.
대부업체들은 이용자에게 받을 수 있는 이자가 급속도로 적어지자 대출심사를 이전보다 깐깐하게 한다. 대부업체의 지난해 신용대출 승인율은 12% 안팎으로 대출을 신청한 100명 중 고작 12명만 수중에 돈을 거머쥐었다. 신용대출은 ‘대부업의 꽃’이라 불릴 만큼 대부업의 핵심이다.
지난해 말 대부업 평균 대출 금리는 17.9%로, 법정 최고금리인 24%보다 6.1%포인트 낮았다. 평균 대출 금리도 2017년 말엔 21.9%를 기록해 20%를 넘었지만 2018년 말(19.6%)과 지난해 6월 말(18.6%) 점차 낮아지며 17%대로 떨어졌다.
연체율은 9.3%로 지난해 6월 말(8.3%)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대출 잔액이 감소하고 연체가 늘었기 때문인데, 돈을 갚기 어려울 정도로 생계가 팍팍해진 저신용 취약계층이 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촉발된 대부업 시장 축소가 ‘불법사금융 시장 확대’라는 풍선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책 서민금융이 몇 년 새 급속도로 성장해 저신용계층을 위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지만 모든 수요를 다 끌어안을 수는 없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이 상태로라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대출 실행이 더욱 줄 가능성이 크다”며 “대부업에서 외면받은 이들이 급전을 어떻게든 빌리고자 불법사금융으로 갔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최고금리 인하 등 제도 변화가 대부업자의 영업환경과 저신용자 신용 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저신용 차주의 자금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필요한 정책 서민금융 공급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