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도로 곳곳 ‘움푹’… 장마철 ‘포트홀’ 주의보

전국 폭우 피해 잇따라 / 빗물 스며들어 ‘도로 변형’ 유발 / 7·8월에 발생 잦아 운전 때 주의 / 강릉 206㎜·속초 175.9㎜ 물폭탄 / 6월 하루 강수량 최고치 갈아치워 / 제주 바지선 좌초… 침수 등 속출
2018년 8월 경기도 평택에 내린 폭우로 평택호 배수 갑문 위에 포트홀이 생겼다. 자료사진

경기도에 사는 박세진(30·가명)씨는 지난 5월 가족들을 태우고 운전해 천안으로 가던 중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던 중 도로가 움푹하게 파인 ‘포트홀’을 두 차례 밟아 차체가 심하게 흔들릴 만큼 큰 충격을 느꼈던 것이다. 이후 바퀴가 울퉁불퉁하게 부푼 것을 발견하고 카센터를 찾은 박씨는 포트홀 등을 지날 때의 충격으로 바퀴 내부의 직물구조물이 찢어지며 타이어 압력이 밖으로 몰려 부푼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박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바퀴 상태로 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며 “그날 이후 운전하다 포트홀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겁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폭우 피해가 전해진 30일,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며 ‘도로 위의 지뢰’라고 불리는 ‘포트홀’로 인한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바다 된 강릉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 30일 오전 강원 강릉시 안목 커피거리의 시내버스 승강장 주변 도로가 폭우로 잠겨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시에서 관리하는 도로에서 포트홀이 발생한 건수는 7·8월에 가장 많았다. 2015~2019년 월별 포트홀 평균 발생 건수를 보면 발생량이 가장 적은 11월은 평균 1434건에 그친 반면 7월에는 평균 4732건이 발생해 3.3배나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철에 포트홀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아스팔트 표면의 균열을 통해 스며든 빗물이 아스팔트 아래에 깔린 흙과 모래의 소실을 불러 도로의 변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크고 깊은 포트홀의 경우 차량 바퀴와 서스펜션(충격 흡수 장치)에 문제를 일으켜 차량 파손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차량 제어가 어려워지거나 포트홀을 피하는 과정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2018년 6월에는 5t 트럭이 포트홀을 지나던 중 핸들이 멋대로 돌아 중앙선 넘어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해 승용차 운전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포트홀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잦은 도로 정비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관리 주체 측이 도로 점검을 더 자주 시행하고 시민들이 발견하는 즉시 신고해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보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시공 이후 도로 표면 관리를 통해 포트홀을 보수하는 것만큼이나 시공단계도 중요하다. 도로 아래 지반이 물에 쉽게 쓸려가지 않도록 튼튼하게 다져놓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

바람이 얼마나 셌으면… 30일 제주시 연동의 한 가로수가 전날 밤새 몰아친 강풍을 못 이기고 뿌리째 뽑혀 쓰러져 있다. 제주=연합뉴스

한편 전날 밤부터 이날까지 태풍급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강릉 하루 강수량은 206㎜로, 이 지역 관측을 시작한 1911년 이래 6월 하루 강수량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속초 하루 강수량도 175.9㎜로, 1996년 6월18일 174.5㎜이던 기존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원 지역에는 이날 낮 12시 현재 주택과 도로 침수, 토사 유출, 나무 전도 등 피해 신고 31건이 접수됐다.

전날 오후 10시 14분쯤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포구 밖 해상에 정박해 있던 바지선 A호(429t·승선원 2명)가 닻줄 4개 중 1개가 끊어져 해상으로 밀리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은 A호가 정박해 있던 장소와 약 1.8㎞ 떨어진 당산봉 절벽 근처에 좌초된 것을 확인하고, 구명줄을 이용해 B(79)씨 등 선원 2명을 구조했다. 현장에서 선원들을 구조하던 해경 간부는 강한 바람에 갯바위와 부딪쳐 코뼈가 부러졌다.

부산에서는 이날 0시29분쯤 기장군 한 다리 위에서 차량이 물에 잠겨 운전자가 고립되는 등 밤새 10건의 침수 피해가 났다.

 

박지원·이종민 기자, 제주=임성준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