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을)과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조만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인 지주회사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이 매체와 통화에서 “이 의원은 모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에 주식을 던져 놓고 갔을 뿐”이라며 “주식 헌납은 책임 회피였고 본인 사과는커녕 자화자찬하는 내용만 들어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려고 했으면 최소한 이 대표는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스타항공 측을 통해 대독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가족회의를 열어 제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등 경영진은 “통큰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추켜세웠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종사 노조를 중심으로 ‘책임 회피’라는 불만을 키우고 말았다.
이 의원의 이러한 결정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검토 중인 제주항공도 “사실상 일방적인 계약 변경”이라며 황당해하고 있어 양사의 M&A(인수·합병)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박 위원장도 “매각 주체가 바뀌면 계약 주체가 바뀌기 때문에 (제주항공은) 지금 계약을 원점에서 검토하게 됐다”며 “주식 헌납도 제주항공이 아닌 이스타항공 쪽에 던지는 바람에 더 골머리가 아파졌다”고 이 의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7년 동안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는 사람(이 의원)을 대신해 경영진이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고 결국 이스타항공도 이 의원과 한 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 한 몸인 회사에 이 의원이 주식을 던졌으니 결국 어떤 변화도 없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책임을 묻기 위한 투쟁에 전력을 다할 방침인 노조는 횡령과 배임 외에 이 대표의 오피스텔 실거주 의혹과 관련한 편법 증여,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재산 허위신고) 등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정부도 빨리 나서서 이 의원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고, 제주항공과의 계약 내용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의 직원이 250억원가량의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 의원의 지분 헌납으로 M&A가 성사돼도 손에 쥘 현금은 어차피 거의 없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 의원의 가족은 이스타항공에 지분 38.6%를 넘겼고 이는 약 410억원어치다.
노조 측에 따르면 410억원에서 전환사채(CB) 200억원과 세금 70억원, 부실채권 정리 비용 110억원 등을 빼면 실제로 이스타항공에 남는 금액은 3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