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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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독립’ 깃발 소지자, 보안법 위반 혐의 첫 체포

홍콩경찰 트위터 계정 통해 발표 / 정치단체 7곳 법 시행전후 해산 / 中, 범죄자 검거 훈련 영상 공개 / 민주·반체제 인사에 사실상 경고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이자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본격 시행 첫날인 1일 홍콩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서 국기 게양식이 열리는 동안 중국 오성기와 홍콩기를 단 헬리콥터가 상공을 날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지난달 30일 밤 11시(현지시간)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 정부가 1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 시행을 공식 선포했다.

장샤오밍(張曉明)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은 “홍콩보안법은 홍콩 주권반환 23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생일선물로 홍콩 번영과 안정을 수호하는 수호신”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국가는 중국 관리에 대해 제재를 했다. 강도와 같은 논리나 다름없다”며 미국 제재를 비판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오후 중앙 전면심화개혁위원회 14차 회의에서 “전에 없던 대변화 속에서 중대한 도전에 강력히 대처하고, 위험을 극복해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몽 실현을 거듭 촉구했다. 홍콩보안법 제정을 계기로 체제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특히 본격 시행 첫날부터 홍콩 민주 진영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홍콩 주둔 중국군은 이날 육·해·공군 합동으로 중국을 탈출하는 범죄자를 검거하는 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1분50초 분량의 훈련 영상에서는 헬리콥터와 군함 등으로 의심 선박을 추적해서 군인들이 도망자를 제압하는 장면이 담겼다. 홍콩 민주인사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경고 의미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당한 첫 사례가 나왔다. 홍콩 경찰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 남성이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홍콩 독립’ 깃발을 소지해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香港獨立·Hong Kong Independence’(홍콩독립)이라고 쓴 깃발 사진도 증거로 게시했다. 홍콩 시위대가 집회 시 빈번하게 사용하는 깃발이다.

홍콩보안법 시행 후 처음으로 체포된 남성 앞에 ‘홍콩독립’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바닥에 깔려 있다. 홍콩=연합뉴스

홍콩 내 민주 진영은 충격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전날 법 시행 전후 무려 7곳의 정치단체가 해산 선언을 했다고 홍콩 명보가 이날 전했다.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이 속한 데모시스토당을 비롯해 국제사무대표단, ‘홍콩독립연맹’ 등이 잇따라 해체를 선언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국면을 주도해 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도 “민간인권전선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홍콩입법회 민주파 위원들은 “홍콩보안법은 일국양제의 사망증명서”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중파 진영은 이날 홍콩 주권반환 23주년 기념식을 열고 홍콩보안법 시행을 자축했다.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기념식에서 “홍콩 정부는 전인대의 홍콩보안법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오른쪽 세번째)이 이날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식 행사를 마친 뒤 테레사 쳉 법무장관(가운데) 등 참석자들과 건배하는 모습. 홍콩=AFP연합뉴스

대만 정부는 신변에 불안을 느낀 홍콩인 이주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섰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대만홍콩서비스교류판공실’을 열고 “대만은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함께 협력해 홍콩 인민에게 최고로 굳건한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