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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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숙현 같은 피해자 최대 8명 더 있다”… 일부 소송 준비

통합당 이용 의원 밝혀… 3일 오전 간담회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 2일 오후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 있는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서 열린 인사위원회 청문에 참석하러 출석하고 있는 모습다. 경주=연합뉴스

감독과 팀닥터, 선배들에게 수년 간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23살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와 같은 피해자들이 많게는 8명 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중 2명은 감독과 팀닥터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고인의 안타까운 희생에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게 된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은 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진상 규명 및 체육인 권리 보호 간담회’를 연다. 이 의원은 전날 통합당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관련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추가로 피해를 호소한 선수가 있다”고 밝혔다. 추가 피해자들은 최대 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인이 남긴 녹취록에도 추가 피해자가 있는 정황이 담겨 있다. 고인의 소속팀이던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가 주니어 선수들을 세워놓고 차례대로 뺨을 때리는 정황이다.

 

이 가운데 최소 2명의 피해자는 고인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를 고소할 계획이다. 뜻을 함께하는 피해자가 더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고인과 함께 폭행을 당했거나, 이를 지켜본 전 경주시청 선수들은 연합뉴스에 “감독과 팀닥터의 폭행도 무서웠지만, 이 사건을 발설하면 선수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두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최 선수의 극단적 선택을 접한 뒤 이들도 용기를 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한 폭력 피해자는 “아직 구체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지만, 또 다른 선수 한 명과 소송을 준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는 감독과 팀닥터, 선배 2명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올해 2월 이들을 고소하고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신고하거나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모두 최 선수를 외면했다. 최 선수는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하는 식고문을 당했고, 복숭아 1개 먹은 일을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으며,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3일 동안 굶거나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동안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왼쪽)와 그가 어머니 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YTN방송 영상 캡쳐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는 팀닥터가 고인에게 “이리와, 이빨 깨물어”라며 폭행 전 했던 말이 담겨 있다.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날 어머니와 한 마지막 카카오톡 대화에서는 “엄마 사랑해”라며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말 이후 어머니의 대답 옆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고인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23살의 어린 선수가 그 꿈을 펼쳐보기 전에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났다”면서 “이 사건 관계자들을 일벌백계하고 최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이 사건과 관련, “피해자인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에 폭력신고를 접수한 날짜가 지난 4월8일이었는데 (여태)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아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게 된 건 정말 문제”라면서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도록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