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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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홍콩보안법 후폭풍… 美, 항모 2척 급파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가 시작된 가운데, 미 해군 항공모함 2척이 남중국해에 급파됐고, 캐나다도 대중제재를 결정하는 등 홍콩을 둘러싼 국제사회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미 의회와 행정부의 제재 조처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홍콩 국가안전공서(국가안보처) 수장에 강경파 인사를 지명하는 등 법 시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홍콩보안법을 비판하는 영국, 호주 등 서방국가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는 등 중국 대응도 가시화하고 있다. 

 

◆미 해군, 항모 두 척 파견, 2014년 이후 처음…중 겨냥 다목적 경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호(CVN-68)와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중국 해군이 군사 훈련 중인 남중국해에서 4일 작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두 항모와 다른 전함 4척도 함께 훈련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은 이미 지난 1일부터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인근 해상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중국군은 오는 5일까지 훈련을 할 계획이다.

 

이번 두 척의 항모 전단 투입은 중국에 대한 다목적  경고의 성격이 크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발원지 논란으로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남중국해 영향력 확대 시도와 국제사회 우려에도 홍콩보안법 강행 등에 대한 미정부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해상에서 작전활동 중인 니미츠호(CVN-68·사진)의 모습. 미해군 제공

캐나다 정부도 사실상 대중제재에 가세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3일(현지시간) “캐나다·홍콩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과 사법 관계를 단절한 것은 캐나다가 처음이다. 홍콩은 현재 세계 30여 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캐나다가 군사 물자 수출 금지와 이민 장려 외에 추가 여행경보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은 이미 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춰 “약 300만명 BNO 여권 소지 홍콩인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국제사회 27개 국가는 홍콩 보안법에 우려를 제기했다. 

 

 

◆중, 국가안보처 수장 임명, 관련 기관 설립…홍콩보안법 시행 본격화   

 

중국은 홍콩보안법 본격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국가안보처 수장으로 강경파 관리 정옌슝(鄭雁雄)을 임명하고, 국가안보수호위원회도 정식 설립했다. 국제사회 압력과 비판에도 홍콩보안법 시행을 늦추거나 연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공산당 광둥성위원회 상무위원회 비서장을 지낸 정옌승은 2011년 광둥성 산웨이시 당서기기 당시 토지수용 보상을 요구하는 우칸 마을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인사로 알 알려져 있다. 국가안보처는 홍콩보안법 실행의 실질적인 홍콩 내 최고 권력기관이다. 

 

국가안보수호위원회는 행정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주석을 맡는다. 홍콩 내 홍콩 안보와 관련 최고 기관으로 중앙정부 감독과 문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곳에 ‘국가안보사무 고문’을 파견한다. 사실상 자문 형태로 홍콩 사안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뤄후이닝(駱惠寧) 홍콩 주재 중앙정부 연락판공실 주임이 고문을 맡게 됐다.

'홍콩 반환 23주년'인 지난 1일 홍콩 도심에서 시위대가 이날부터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 AFP=연합뉴스

이 밖에도 경무처 국가안보 부처장에 류츠후이(劉賜蕙)를 임명하고, 율정사 내에는 국가안보 범죄 담당 부서가 만들어졌고, 홍콩보안법 사건 담당 판사도 임명됐다.  

 

홍콩 정부는 지난 3일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 의회가 통과시킨 제재법안인 ‘홍콩자치법’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홍콩 사무에 대한 개입을 즉각 중단할 것으로 요구했다. 홍콩 정부는 성명에서 “실질적인 홍콩 헌법인 기본법상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면서 “‘인권·민주주의·자치’라는 명분으로 이뤄진 홍콩 자치법 통과는 미국의 이중잣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