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대책 이후로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지속 중이고, 규제로 묶인 수도권 지역에서 역류한 자금이 서울 외곽으로 몰려드는 ‘역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4개 동은 규제 발효일 이후 단 1건의 실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인근 지역 아파트는 몰려드는 투자 수요로 줄줄이 신고가 경신이 이어졌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79㎡(32층)가 지난달 29일 1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1단지 전용 121.23㎡는 5월 19억1000만원(6층), 20억원(5층)에서 지난달 4일 20억5000만원(4층)으로 가격이 오른 뒤 지난달 28일 21억5000만원(7층)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에서는 압구정동 현대5차 전용면적 82.23㎡가 지난달 24일 27억2000만원(11층)에 매매돼 한 달 만에 몸값을 3억2000만원이나 올렸다.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역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 전용 58.01㎡가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해 5억2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금천구 한신아파트 전용 89.46㎡도 지난달 20일 6억원(12층)에 신고가 거래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북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도 결국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커지는 것”이라며 “초고가 주택담보 대출 규제와 중과세로 중소형·중저가 아파트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의 선행지표인 주택거래량 동향도 비슷한 모습이다. 갭투자와 법인 주택거래 증가로 6·17 대책 직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서 완만하게 늘던 주택거래량이 지난달 갑자기 폭증했다.
이날 현재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9119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건수다. 거래 신고 기한이 한 달 가까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지난달 거래량은 1만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1월(1만2564건) 이후 최다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노원구(1137건)의 아파트 거래가 가장 활발했다. 노원구의 지난달 거래 건수는 5월(627건)의 2배에 육박한다. 6·17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삼성·대치·청담·잠실동이 있는 강남구(402건)와 송파구(603건)도 월간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다.
경기도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월 1만6968건에서 지난달 1만9860건으로 상승했다. 서울에 비하면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지만, 지난해 실적과 비교하면 다르다. 작년 6월 경기도의 아파트 거래량은 9763건이었다. 6·17 대책 시행 전 규제를 피해 서둘러 매매에 나선 ‘막차 수요’에 집값이 더 뛰기 전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가 가세해 거래가 ‘폭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