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022년 상반기까지 서울 지역에 공공임대주택 40만호(국토교통부 공급분 포함)를 공급하겠다고 6일 강조했다. 차기 대권 도전과 관련해선 “현 단계에서는 언급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면서도 “(서울시장으로서) 본분을 제대로 지키면 시민들이 성과나 진정성을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연 민선7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 핵심 부동산 저책은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지금 속도라면 제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 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까지 포함해 4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갖추게 된다. 이 정도면 (서울 총 주택수) 380만호의 10%가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2018년 시유지 등 부지 활용과 도심형 주택 공급, 저층주거지 활성화 등을 통해 2022년까지 8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최근 시가 역세권 부지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이날 부동산 과열 해법과 관련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부동산 대책 중 하나는 도심지 고밀도 개발”이라며 “재개발을 준비했다가 해제한 지역 등을 우리가 일부 매입하면 다시 재개발이 가능해지기도 하거니와 서울시로서는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협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놔야 할 정말 보물과 같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린벨트를 지키는 대신 서울시는 다른 시유지를 이미 양보했다”며 “공급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에 보유세 강화를 통한 투기이익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광역단체장이 주택 전셋값 인상을 제한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시의 또 다른 획기적 정책은 전세보증금을 지원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세보증금 지원제도는 부부합산 연 소득이 1억원 미만인 부부에게 연간 최대 2억원씩, 최장 10년까지 보장해주는 정책을 말한다. 박 시장은 “서울시 입장에서는 이자만 내면 되니까 360억원이면 충분히 운용할 수 있다”며 “문제는 집값이 오르면 안되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시장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신사옥(GBC) 등 강남권 개발이익은 서울시 균형발전을 위해 공유돼야 한다는 소신도 거듭 피력했다. 박 시장은 “강남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강남에서만 쓰게 하면 점점 더 불균형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공공기여금을 발생지로만 규정하고 있는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께서) 이런 내용을 정확히 잘 모르고 계실 수 있다”며 “문제제기를 했으니 호응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권 도전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박 시장은 “차기 대선에 국민들 관심이 많지만 지금은 현직 대통령의 5년이라는 기간은 알뜰하게 보장해드리는 게 좋겠다”며 “내년쯤 대선 관련 논의가 더 활발히 나오겠지만 지금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이 2%대에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기 본분을 다하면 성과나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겠는가. 소명감을 갖고 남은 기간 집중해서 잘 정리하고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 경쟁자로 평가받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련해선 “이 지사는 제 아우”라며 “자꾸 갈등을 유발하려고 노력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박 시장 정책을 베껴 따라 하는 경우도 많다. (박 시장 입장에선) 왜 이재명은 눈에 띄고 내가 한 건 눈에 안 띄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억울할 수 있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박 시장은 “서울시 정책은 베껴가라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것을 가져가서 더 잘했으니 이 지사가 훌륭한 것”이라며 “(단체장들) 서로가 배우고 또 가르치는 그런 관계”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