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 수사지휘에 대한 수용 여부를 9일 오전까지 답변하라고 공개적으로 통보했다. 법무부가 전날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압박한 데 이어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며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라며 윤 총장과 ‘검언유착’ 의혹을 받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특수관계’를 거듭 지적했다. 한 연구위원은 윤 총장과 과거 대검찰청 중수부, 박영수 특검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함께 근무하는 등 윤 총장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
추 장관은 “저도 검찰 조직 구성원의 충정과 고충을 충분히 듣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어느 누구도 형사사법 정의가 혼돈인 작금의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많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모두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과 법무부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후 연일 검찰에 수용 여부를 압박하고 있다. 전국 검사장들이 지난 3일 추 장관의 수사지휘 수용여부에 대한 간담회에 나서자 추 장관은 다음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검사장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국민만 바라보고 올바른 길을 걸으라”고 주문했다.
대검이 지난 6일 ‘검사장 간담회 발언’을 취합해 언론에 공개하자 다음날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최종적인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으므로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7일) 하루 연차를 사용한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산사의 고요한 아침”이라며 사찰을 방문한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추 장관은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 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이라고 적으며 이번 최후통첩을 암시하는 듯한 문장을 남겼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검언유착’ 의혹수사에 대해 사실상 손을 떼라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 서신을 받은 뒤 아직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