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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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환’ 재정 여력 없어"…적립금 수천억씩 쌓아놓은 대학들은?

“곳간 먼저 풀어라” 커지는 목청 / 홍익대 7796억, 연세대 5905억… / 1000억 넘게 비축 20개교 달해 / ‘환불 대학 지원’ 추경예산 1000억 / 교육부 “각 대학 재정 고려해 집행” / 대학 “적립금은 시설 투자 위한 것 / 원격수업 시스템 구축 탓 재정난”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등록금반환운동본부‘가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구의 한 대학 간호학과에 입학한 성지수(가명·19)씨는 입시를 다시 치르는 ‘반수’를 준비 중이다. 간호사를 꿈꾸며 대학에 들어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개강이 늦춰졌고, 5월부터 시작한 수업도 대부분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되며 대학 생활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다른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성씨는 “우리 학교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다들 (반환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 같다”며 “학교와 학과에 대한 애정마저 식어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온라인 수업) 방식이라면 2학기 등록금이 너무 아깝다. 차라리 수능을 다시 치러 다른 대학을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반수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강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 일부 반환 요구에 대학은 재정난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정부의 재정지원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수천억원을 쌓아둔 대학들이 먼저 곳간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2018년 교비회계 기준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1000억원이 넘는 적립금을 보유한 대학만 20곳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5조867억원에 달한다. 홍익대가 7796억여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화여대(약 6413억원), 연세대(약 590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인 한국성서대의 경우 적립금이 3억5000여만원에 불과해 대학 간 ‘빈부격차’도 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이 기업의 사내유보금 격인 적립금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지난 6일 등록금 반환에 나서는 대학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1000억원을 확보한 교육부는 각 대학의 재정여건과 등록금 반환을 위한 자구노력 등을 심사해 해당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반환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교직원 인건비는 그대로인 반면 비대면 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 비용 등을 감안하면 여건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날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이 현재 가지고 있는 적립금은 지금의 재학생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게 아니다”며 “적립금은 학교 발전을 위해서 시설 투자 등에 사용되는 것이지 등록금 반환을 위해 쓴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모든 대학이 적립금이 충분히 있는 것은 아니다. 여유가 있는 대학이라도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이 이번 교육부의 방침”이라며 “대학생에게 세금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도 있는 만큼 대학이 먼저 적극적으로 반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