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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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 긴박, 염려…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소식에 '탄식'

10일 새벽 실종됐던 박원순 시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되자 서울시는 충격에 휩싸였다. 고위 간부들을 비롯해 직원 대부분 당혹감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박원순계’ 의원들은 물론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서울시정은 보궐선거가 이뤄지는 내년 4월까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충격에 휩싸인 서울시, 권한대행 체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당초 전날 오전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운동선수들의 합숙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서울시청 펜싱팀 선수단의 합숙소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또 오후 4시40분에는 서울시청에서 김사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서울-지역 간 상생을 화두로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하기로 돼 있었다. 특히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언론에 일부 공개하는 것으로 전날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공지된 상태였다. 전날까지도 언론을 상대로 ‘서울판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는 브리핑을 여는 등 평소와 다름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전날 오전 10시40분쯤 서울시 출입기자들에게 “부득이한 사정으로 (김 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이 취소됐음을 알려드리니 양해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박 시장이 출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이날 아침 돌연 “몸이 안 좋아서 못 나가겠다”며 출근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도 박 시장 실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박 시장의 건강 문제로 면담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박 시장의 결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지난 5월21일에도 오전 11시에 ‘건설일자리 혁신방안’을 공개하기로 했다가 발표 예정 시간을 2시간 앞두고 연기한 적 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과로로 늦잠을 자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공관에서 쉬기로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박 시장 딸의 실종신고 이후 서울시 내부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4급 이상 간부들에게는 ‘유선 대기’ 명령이 내려졌고, 행정1부시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박 시장의 행적 등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대다수가 늦은 저녁까지 사무실에 남아 관련 뉴스 등을 지켜보며 메신저 등으로 전파되는 미확인 정보에 촉각을 곤두 세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온 9일 밤 북악산 일대에서 경찰이 2차 야간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 실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서울시 공무원들은 당혹스러워했다. 서울시의 한 직원은 “박 시장의 평소 행동으로 미뤄볼 때 갑자기 결근하고 연락을 끊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 직원의 걱정은 현실이 되고 만 셈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박 시장이 부동산 대책 등에 따른 격무 스트레스를 겪어왔다는 점에서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머리를 식히고 있을 수 있다는 희망성 관측이 한때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딸에게 이상한 말을 남기고 외출했다는 점과 과거 비서로 일했던 여성이 전날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전날 오후 박 시장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채널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대부분이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은 공개된 상태다. SNS에 개인적 소회와 관련한 별다른 흔적은 남기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도 충격과 당혹

 

민주당 내 박원순계 의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 시장과 일부 의원은 전날 아침모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박 시장이 몸이 아프다고 해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최근까지 만났는데 아무런 (특이) 상황은 없었다”며 “박 시장을 모셨던 분들과 상황 파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8일 박 시장이 먼저 요청해 이해찬 대표와 면담을 갖고 서울시 주택 문제 등을 논의했을 정도로 일상적인 시정 활동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크게 놀란 기색이었다.  

 

청와대도 주요 참모가 비상대기하며 경찰의 수색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여러모로 엄중한 시국입니다. 모쪼록 우리 의원님들께서는 언행에 유념해 주시기를 각별히 부탁드린다”며 조심스러운 언행을 하도록 당부했다. 

 

김유나·곽은산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