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언장이 10일 유족들의 동의하에 공개됐다. 유언장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화장해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오전 박 시장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장은 전날 서울시장 공관 책상 위에서 발견됐다.
박 시장은 자필로 작성된 짧은 유언장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어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 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18년 전 자신이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 책에서도 자신의 유언장을 수록했다. 그는 해당 유언장에서 “이미 안구와 장기를 생명나눔실천회에 기부했으니 그분들에게 내 몸을 맡기도록 부탁한다”라며 “그 다음 화장을 해서 시골 마을 내 부모님이 계신 산소 옆에 나를 뿌려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그 이유에 대해 “양지바른 곳이니 한겨울에도 따뜻한 햇볕을 지키면서 우리 부모님에게 못다 한 효도를 했으면 좋겠다”라며 “원컨대 당신(부인)도 어느 날 이 세상 인연이 다해 내 곁에 온다면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다. 그래서 우리 봄 여름 가을 겨울 함께 이 생에서 다하지 못한 많은 시간을 함께 지냈으면 한다”고 했다. 장례에 대해서도 “내 마지막을 지키러 오는 사람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부음조차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신문에 내는 일일랑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
소박하게 장례를 치러달라는 박 시장의 바람과 달리 많은 이들이 박 시장 조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날 중 시청 앞에 별도 분향소를 마련해 일반 시민들의 조문을 받기로 했다. 박 시장의 장례는 사상 처음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13일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