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의 장례는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다.
10일 박 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한석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박 시장이 남긴 유언장을 공개했다. 박 시장은 유언장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적었다. 고 비서실장은 “유족의 뜻에 따라 유언장을 공개한다”며 “공관을 정리하던 주무관이 책상 위에 놓인 유언장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빈소에 조화를 보냈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조문했다.
박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으로 진행된다. 5일장으로 발인은 오는 13일이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서울특별시장이 재직 중 사망한)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이런 방식의 서울특별시장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청사 앞에 박 시장의 분향소를 설치하는 작업을 이날 마무리하고 토요일인 11일 오전 11시부터 추모객을 받는다.
서울시는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시장 권한대행을 맡아 시정을 책임지게 됐다. 서울시장 ‘궐위’에 따라 서 권한대행은 내년 4월7일 보궐선거 전까지 약 9개월 간 서울시장의 행정공백을 메우게 된다. 그는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갑작스러운 비보로 슬픔과 혼란에 빠지셨을 시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서울시정은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시장 사망과 관련해 여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수사 절차에 돌입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박 시장 사망 전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동선 등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경찰은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정리되면 유족 조사 절차를 거치고, 박 시장 시신 부검 여부도 유족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박 시장의 전 비서 A씨가 지난 8일 박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고소인인 박 시장이 숨지면서 수사가 중단되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고소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하게 돼 있는 절차에 따라 통상적인 과정을 거쳐 처리할 것”이라며 “송치 시점은 아직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선영·김유나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