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폭언을 가한 것으로 드러난 일명 ‘팀닥터’ 안주현(45)씨의 구속 여부가 13일 오후 결정된다. 안씨는 의사도 아니면서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에서 ‘팀닥터’로 불리며 어린 선수들에게 몹쓸 짓을 일삼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대구지법은 이날 오후 2시30분 안씨를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한다고 밝혔다. 안씨의 혐의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만큼 구속영장이 금방 발부될 것으로 보인다. 최 선수 사건이 불거진 뒤 안씨가 한동안 종적을 감춘 점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 없이 선수들에게 의료행위를 하고 치료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최 선수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은 지난 10일 대구시내에서 안씨를 붙잡아 조사한 뒤 전날(1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구지검은 경북경찰청의 영장 신청 직후 이를 신속히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안씨는 의사도, 물리치료사도 아니고 운동처방사 자격증만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팀닥터’로 불리며 선수들 앞에서 마치 의사인 양 행세하고 고압적 언행을 일삼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최 선수는 생전에 안씨가 자신을 비롯한 선수들을 때리거나 폭언을 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최 선수 사후 동료 선수들 사이에선 “안씨가 여자 선수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까지 나온 상태다.
현재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의 감독이나 선배 선수들은 최 선수에 대한 폭행·폭언 등 가혹행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 때문에 안씨가 구속되면 감독 및 선배 선수들의 혐의를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기관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가장 먼저 안씨의 신병확보 및 조사에 그토록 공을 들인 이유다.
최 선수는 올해 2월부터 자신이 당한 폭행·폭언 등 가혹행위 정황을 철인3종협회, 대한체육회, 경찰 등에 제보하고 엄정한 대처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하자 지난달 26일 어머니 앞으로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를 보낸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들을 질타한 뒤 철저한 진상규명과 후속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