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장에 적시된 혐의가 ‘위력에 의한 추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도지사 시절 자신의 정무비서인 여성을 성폭행하고 성추행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적용된 혐의이기도 하다. 비록 박 시장은 세상을 떠나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게 됐으나 고소인의 기자회견 등으로 혐의 대부분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13일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의 비서를 지낸 여성 A씨가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하며 적용한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0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다. 업무·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과거 안 전 지사가 정무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을 때 검찰이 적용한 법률이다. 1심에선 ‘위력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으나 항소심은 ‘도지사로서 위력을 발휘해 자신의 부하를 성폭행·성추행한 것’이라고 판단해 유죄와 더불어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으며 안 전 지사는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간 알려진 내용에 의하면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한 A씨는 2017년부터 한동안 시장 비서로 일했다. 지금은 비서를 그만둔 A씨는 고소장에서 “박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했고 텔레그램 메신저로 음란한 사진과 글을 보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여러 모로 안 전 지사 사건과 비슷한 구도”라며 “서울시장으로서 위력을 발휘해 자신의 부하를 성추행한 것으로 인정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박 시장이 사망하고 없어 그의 입장을 듣는 것이 불가능해진 만큼 사건 진상을 100% 파악할 순 없을 것이란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예고한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라는 A씨의 언급을 소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