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승용차 부문을 넘어 픽업트럭에까지 확장되며 경계를 허물고 있다. 주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테슬라, 니콜라, 리비안 등 이 부문에 특화된 업체에 이어 GM과 포드 등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의 가세로 확연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까지 가담한 전기차 시장의 성장엔 배터리 성능의 진화가 배경으로 자리한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에서 전기차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을 공개하면서 확연해졌다. 마치 SF영화나 게임에 나올 법한 각진 장갑차 형태의 사이버트럭은 전폭 2m, 전장 5.7m의 6인승으로 1회 충전에 최대 804㎞를 주행할 수 있다. 현재까지 세계 전역에서 약 65만명이 사이버트럭 사전예약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의 전기트럭 스타트업 니콜라 역시 지난 2월 전기 및 수소전기 기반의 픽업트럭인 ‘배저(Badger)’를 공개했으며, 지난달부터는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전기트럭 스타트업 리비안은 픽업트럭인 ‘R1T’를 업계에서 가장 빠른 내년 초쯤 출시하기로 했다.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 픽업트럭 시장 강자였던 포드와 GM 등도 잇따라 전기 픽업트럭 개발 계획을 내놨다. 포드는 F-150을 2022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GM 역시 대표 픽업트럭 모델인 허머의 전기차 버전인 허머EV를 내년에 선보인다.
픽업트럭은 4개의 바퀴에 덮개가 없는 적재함이 있는 소형 트럭을 지칭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상용차가 아닌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을 픽업트럭으로 분류한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픽업트럭으로는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와 쉐보레의 콜로라도 등이 대표적이다.
픽업트럭은 무겁고 부피가 큰 탓에 전동화 시기가 늦어질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자동차 배터리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대형 차량의 전동화도 예상 밖의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리튬이온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에너지밀도가 높아져 기존과 같은 부피를 차지하면서도 배터리 성능이 높아졌다”며 “배터리 제조사들이 생산 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규모의 경제로 인한 배터리 단가도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고밀도 배터리를 최초로 개발한 SK이노베이션은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 포드의 F-150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허머EV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도 내년 고용량 고출력 배터리인 ‘젠5’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런 여건을 고려할 때 국내 배터리 업체를 원군으로 한 현대자동차도 북미 시장에서 일정 영역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올해 북미시장에서 처음 내놓는 픽업트럭 ‘산타크루즈’를 기반으로 전기 및 수소전기차의 진출 가능성을 적극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이미 출시 전부터 현대차 산타크루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은 만큼 전기차로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시장의 대세를 따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