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원인을 규명하려는 검경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 중인 가운데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에서 최 선수와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가 폭행·폭언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다. 앞서 국회에선 “폭행·폭언이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기 때문에 위증죄가 성립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경찰은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증죄는 안 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김도환 선수가 경주시체육회 앞으로 공개 사과문을 제출했다. 김 선수는 숨진 최 선수의 동료였다.
그는 사과문에서 “(철인3종협회 등의) 조사 과정에서 김규봉 감독과 장모 선수 폭행 및 폭언이 있었던 사실을 아니라고 부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내온 선생님과 선배의 잘못을 폭로하는 것이 내심 두려웠고 당시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다”고 밝혔다.
김 선수는 앞서 지난 6일 김 감독, 장 선수 등과 함께 국회 문체위 회의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폭언·폭행은 없었다”는 취지의 전면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에 일각에선 ‘김 선수 등을 위증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김 선수는 “국회에서 저의 경솔한 발언이 많은 분 공분을 산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낯선 상황과 많은 관심에 당황해 의도했던 바와 전혀 다른 실언을 내뱉었고, 경솔한 발언으로 상처받은 고 최숙현 선수를 비롯해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선수는 2017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도중 최 선수가 길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최 선수의 뒤통수를 때리는 등 폭행·폭언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생전에 최 선수가 김 감독과 장 선수, 이른바 ‘팀닥터’라고 불린 안주현(구속)씨와 함께 가혹행위 가해자로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동료다.
전날 안씨를 구속한 경북경찰청은 조만간 김 감독, 장 선수 그리고 김 선수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 감독에 관해선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거론된다.
구속된 안씨가 최 선수에 대한 폭행·폭언 등 가혹행위 전모를 털어놓으면서 “김 감독 등의 국회 증언이 위증으로 드러난 만큼 위증죄를 물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국회 관계자는 “김 감독 등이 국회법에 따라 증인 선서를 한 정식 증인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의원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처벌을 받겠다’고 정식으로 선서한 상태에서 증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증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귀띔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