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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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부평구도 꾸물꾸물 ‘수돗물 유충’ 발견… 주민들 ‘불안’

서구 수돗물 유충, 정수장 필터 문제 추정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네이트판’에 올라온 인천 계양구 유충 발견 사례.

지난해 ‘붉은 수돗물’이 나와 논란이 됐던 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깔따구류’ 일종인 유충이 발견된 가운데, 인천 계양구와 부평구 지역 수돗물에서도 유사한 유충이 발견돼 인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수질 조사 및 점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시스에 따르면 15일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이날 오전 4시쯤 출근 준비를 위해 수돗물을 틀었는데 유충이 대량으로 나왔다며 사진을 물속 유충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계양구에서도 유충이 발견됐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전날(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천 계양구 수돗물 벌레 유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계양3동 주민이라고 밝힌 B씨는 “2주 전쯤부터 벌레가 나온다”며 “지난주 수질 검사받고 오늘 수도사업소에서 나와 검사했는데 원인을 못 찾으니 미칠 노릇”이라고 답답해했다.

 

이어 “126일 된 아이가 있는데 아기 목욕물 받다가 남편이 처음 발견했다. 현재 싱크대 욕실샤워기 세면대에 샤워필터 설치했고, 샤워부스도 다 바꿨다”면서 “필터는 하루에 한 번씩 갈고, 매일 저녁 씻고 나면 필터에 빨간 유충이 한 마리씩 꿈틀대고, 변기에서도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북부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계양구에서 유충 발견 민원이 2건(14일 오후 기준) 접수됐다”며 “먼저 접수된 건을 조사한 결과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나중에 접수된 민원은 검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흐르는 물에서는 유충이 살 수 없는 만큼 수돗물 수압이나, 저수조가 따로 있는지 등을 체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면서 물탱크나 싱크대 등에 고인 물에서 유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민원이 접수된 가정의 수돗물 공급 환경을 우선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 서구 지역 수돗물에서 벌레 유충이 발견됐다는 민원이 접수된 가운데 15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나온 유충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다만 이 관계자는 계양구의 경우 서구의 공촌정수장이 아닌 부평정수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구지역 유충 발견 사례와 연관성은 낮다고 추측했다. 인터넷 등에서 서구 이외 지역의 유충 발견 제보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서는 “본부에서 상황을 전달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에 확인한 결과 “서구 이외 지역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사례는 아직 정식으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구에서 발견된 벌레는 깔따구류 유충으로 추정되는데, 인천시는 수돗물을 공급하는 공촌정수장 활성탄 필터에서 유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촌정수장에서는 활성탄 필터를 이용해 한 단계 더 걸러내는데 이 필터에서 발생한 유충이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공촌정수장 외 다른 정수장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유충 발견 민원이 접수된 계양구와 부평구가 물을 공급받는 부평정수장도 공촌정수장과 같은 활성탄 필터를 사용하고 있어 유사 사례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인천 서구지역 5개동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어 14일 오후 인천시 서구의 해당지역 초중고등학교가 급식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한 학교 급식실이 텅 비어 있다. 뉴시스

앞서 인천시는 지난 9~14일 인천 서구 왕길동, 원당동, 당하동, 마전동 등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민원이 23건 접수됐다고 전날 밝혔다. 서구 일대는 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 사태로 피해를 겪었던 지역이다.

 

인천시는 신고지역 약 3만6000가구에 수돗물을 생활용수로는 사용하되 직접 마시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서구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39곳에 대해 생수 등을 사용해 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