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여권 내 용어 선택이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를 피해자라고 부르지 않고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태도에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5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 호소인께서 겪으시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절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켜왔다. 이 사안도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아시다시피 고인의 부재로 인해서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은 민주당 등 여권이 여전히 박원순 서울시장을 감싸려는 태도에서 나온다. 이 사건이 가해자가 고인이 된 상태여서 ‘공소권 없음’으로 끝나기 때문에 더더욱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에 집착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민주당 여성 의원 성명서에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했고, 박 시장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박홍근 의원도 거듭 “피해 호소인”이라고 써서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
이를 의식한 듯 차기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의 말씀을, 특히 피해를 하소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절규를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국민께서 느끼시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처절하게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같은 태도는 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피해 호소인이라고 하는 건 피해자 중심주의적 시각이 아니다”라며 “다른당 소속이었어도 우리당이 이렇게 했겠나”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사회방언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사과할 생각 없다. 그냥 이 국면을 교묘히 빠져나갈 생각만 있을 뿐. 민주당에서 한 사과의 진정성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당헌에 못 박은 원칙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로 판가름 날 것”이라며 “다가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성추행 사고를 친 지자체에 후보를 내는지 지켜보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또 “이낙연 의원도 사과를 한답시고 2차가해에 가담했다”며 “절대로 ‘피해자’라 부르지 않는다. 공식적으로는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