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일대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피해지역 인터넷 맘카페 등에 유충 피해사례가 잇따라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오염원을 못 찾으면 원인 파악이 어려울 것”이라며 수돗물 유충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피해 신고 지역이 강화군, 계양구, 부평구로 늘어났다.
또 유충이 정수장뿐 아니라 배수지 2곳에서도 발견됐고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이 100건을 넘어서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커지고 있다.
앞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유충 발생 사실을 숨겨오다 지난 13일 언론의 잇따른 지적이 나온 다음 날인 14일 오전 부랴부랴 대응 상황을 공개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조차 취재가 시작된 이후인 13일 늦은 오후쯤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유충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높아지는 불안감에 “관련 담당자를 징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인천시 유충 수돗물 문제 해결 및 관련 담당자 징계 요청’이란 제목의 청원은 17일 오전 11시 기준 9776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자는 “얼마 전 임신한 와이프와 아기가 지금까지 이렇게 더러운 물을 먹고 생활했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라며 “붉게 물든 물,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가 기어 다니는 물을 어떻게 가족에게 먹일 수 있나. 지난 인천의 붉은 수돗물, 그리고 이번의 유충 수돗물까지 이것은 자연 재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는) 사람에 의한 재앙, 인재”라면서 “조속히 문제해결을 약속하고, 인천시 상수도사업소 관련 담당자들의 업무 태만, 관리 소홀에서 비롯한 문제를 밝혀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오염원 못 찾으면 원인 파악 어려울 것”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오염원 못 찾으면 원인 파악 어려울 것”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백 교수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원수 자체가 오염돼 있었다고 하면 유충이 발견될 수 있다”며 “원수를 정수하는 과정에서 (유충이) 다 없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수지에서부터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가는 관로의 누수 △정수장 자체 오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백 교수는 “수도관, 관로에서 오염이 됐다고 하면 일부 지역에 오염이 돼 유충이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정수장 자체에서 오염이 됐다면 좀 더 광범위한 범위로 퍼진다”며 “앞으로 지금 (유충이) 나오는 데보다 더 나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원이 어디였는지 알지 못한다면 원인을 찾아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접수된 민원만 100여건, 서구 이어 남동구까지
지난 16일까지 인천시에 접수된 수돗물 관련 민원은 1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민원은 인천 서구에서 시작돼 부평구, 계양구에 이어 16일 남동구 등 인천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인천시는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시는 공촌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공정을 표준 공정으로 전환하는 한편 곤충 퇴치기 설치, 세척주기 단축, 중염소 추가 투입 조치와 함께 정수지 청소를 4일 이내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불순물을 걸러내는 여과지에서 어떻게 유충이 가정집 수도관까지 이동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