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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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벗은 이재명, 대권가도 탄력… 이낙연과 본격 경쟁

與 대선구도 양강 재편 전망
안희정 낙마 유시민은 정계 은퇴
친노·친문 대선주자 사실상 공백
잠룡 선호도서 이낙연 이어 ‘2위’
16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 생방송 화면 뒤로 경기도청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당선 무효 위기에서 벗어나 ‘기사회생’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에 이어 대선주자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는 이날 선고된 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유죄 부분이 파기되면서 재판 멍에를 벗어던지고 홀가분하게 대선 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됐다.

 

항소심 판결이 유지됐다면 이 지사는 지사직 상실과 함께 5년간 피선거권이 제약되면서 2022년 대선 출마는 물 건너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는 이날 무죄취지 파기환송선고 직후 “‘대동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겠다”며 대권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 지사에 대한 무죄취지 파기환송은 최근 여권의 대선 지형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여권의 최대주주인 친노(친노무현)·친문재인(친문) 진영 주자로는 당초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경수 경남지사가 포진하고 있었으나 안 전 지사가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낙마하고 김 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사실상 유력 주자가 없는 상태다. 유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친노·친문 진영의 대선 주자 공백 상태에 이낙연 의원이 지지율 1위로 치고나오면서 대세론을 만들어가고 있던 차에 이 지시가 극적으로 생환하면서 여권의 대선 구도는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일인 16일 오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지난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13%의 지지로 이낙연 의원(24%)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보다 이틀 앞서 발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20%의 지지율을 기록해 1위인 이 의원(28.8%)과의 격차를 한 자릿수로 좁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지사는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기본소득 이슈’를 주도하면서 위기 돌파력을 보여줬다. 그를 꾸준히 지지하는 ‘열성 팬덤층’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두껍다는 점도 장점이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맞서는 과정에서 친문 지지자들의 공격 대상이 됐지만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친문 주자가 부상하지 못하면 이낙연 비토층이 이 지사에게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지사는 (지지율 상승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이 의원쪽 지지율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심리적으로도 (이 지사 쪽으로) 지지율이 쏠릴 수 있다”며 “유권자들의 지지가 높아지면 당내 여론지형도 이 지사에게 유리하게 형성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남은 임기 동안 ‘2022년 대선 시간표’를 염두에 두고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등 각종 개혁 정책들을 추진, 정치적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는 ‘부동산 보유세를 재원 삼아 우선 경기도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 성공하면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견을 당에 전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가진 정책적 선명성이 당내 정책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16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현출 건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도정을 공백 없이 운영할 추진력을 얻은 만큼 본인만의 색깔을 유지하게 될 것이고, 또 그런 면에서 민주당 대권주자로서도 당내에서 정책적 노선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치열하게 전개되지 않을까 한다”며 “당내 다양한 경쟁구도를 형성, 당의 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지사가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게 되면서 서울·부산시장 공석을 메울 내년 재보궐 선거가 ‘미니대선급’으로 확대되는 사태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유력 후보 한 사람만 따라가다가 중간에 꺾이기라도 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큰 치명타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민순·최형창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