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대통령 지시 열흘 만에… 故최숙현 때린 감독 구속영장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팀닥터’ 이어 감독도 구속영장
지난 2월 첫 문제제기 후 4개월간 백방 호소에도 ‘무덤덤’
文대통령 국무회의 지시 후 10일만에 전광석화 같은 수사
고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된 일명 ‘팀닥터’ 안주현씨. 연합뉴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에 대한 폭행·폭언 등 가혹행위 의혹과 관련해 생전 고인의 소속 팀이었던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을 상대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가혹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팀닥터’ 운동처방사에 이어 2번째 구속 피의자가 나올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고인이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4개월간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뒷짐’만 지고 있었던 수사기관 등이 대통령 지시 한 마디에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모습에 씁쓸하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경북경찰청은 17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뒤 꼭 10일 만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감독은 최 선수를 비롯해 전·현직 선수들을 때리고 폭언을 하는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해외 전지훈련을 떠날 때 선수들에게서 항공료 명목으로 1인당 200만∼300만원씩 받는 등 금품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

 

김 감독이 대구지법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되면 ‘팀닥터’ 안주현씨에 이어 이 사건으로 구속 수사를 받는 두번째 피의자가 된다. 

 

최 선수는 올해 2월부터 자신에게 폭행·폭언을 가한 사람들에게 죗값을 물어달라며 철인3종협회, 대한체육회, 경주시청, 경찰 등에 피해를 호소했다. 3월에는 김 감독, ‘팀닥터’ 안씨, 선배 선수 2명 등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당시 경찰은 김 감독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데 그쳤다. 현재 이 사건은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주축으로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팀이 수사 중이다.

 

고 최숙현 선수가 속했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선수들이 국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최 선수는 4개월간 여러 스포츠단체와 수사기관의 문을 두드리며 피해를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어느 누구도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보낸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사회문제로 비화하자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피해자가 경찰과 협회, 대한체육회, 경주시청 등을 찾았으나 어디서도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면 그것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철저한 조사로 합당한 처벌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를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계의 인권침해 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나섰으며 특히 체육인 출신인 최윤희 2차관이 전국을 돌며 여성 운동선수들에 대한 차별 및 성희롱·성추행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