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여름 이벤트로 증정하는 ‘서머 레디백’ 입고 마지막 날인 17일 전국 매장 앞에는 이른 새벽부터 상품을 받으려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일부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새벽 5시부터 레디백을 위한 줄서기가 시작됐다. 여름 음료 이벤트 치고는 유별난 소동이 아닐 수 없다.
스타벅스는 해마다 여름과 겨울 두 차례 특정 음료를 마시면 사은품을 주는 이벤트를 가져왔다. 이번 ‘여름 e-프리퀀시 행사’는 계절 음료를 포함해 총 17잔을 마시면 작은 여행용 가방 ‘서머 레디백’ 2종과 캠핑용 의자 ‘서머 체어’ 3종 가운데 하나를 받을 수 있다.
이 중에 분홍색 ‘서머 레디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를 얻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SNS를 통해 공유되고 심지어 프리미엄을 얹어 거래되는 사례까지 생겼다.
‘서머 레디백’이 화제가 된 사건도 있다. 한 여의도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 고객이 한번에 커피 300잔을 구매한 뒤 레디백만 챙겨 돌아간 것이다. 이 고객은 당시 자신이 가져간 1잔 외 나머지 299잔에 ‘올 프리’(모두 무료)라는 메모를 붙여놨지만 아무도 마시지 않아 전량 폐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나친 소비 행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행사”라는 논란을 낳았다.
한때 레디백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이 붙은 채 최대 20만원까지 거래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당초 일주일에 평균 2잔 이상을 구매하는 고객을 위해 준비한 사은 이벤트가 ‘사행’ 심리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서머 레디백이 이처럼 파문을 일으킨 건 스타벅스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미션 완수’를 위해 커피를 구매하고 매장 앞에 줄을 서면서까지 스타벅스 굿즈를 갖고 싶어하는 것은 스타벅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여행과 같은 아웃도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굿즈 놀이’가 더 각광을 받은 듯하다.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 기업의 이벤트는 그 자체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만하다. 그렇다고 ‘사은 행사’ 성격의 본질까지 흐려지는 건 과도하다. 일부 소비자의 과시성 행태이긴 하지만 사은품을 얻기 위해 수백잔의 커피가 버려진다는 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사은품 이벤트가 반짝 매출을 노린 상술로 둔갑돼서도 곤란하다.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1위인 만큼 행사 기획도 고품격 커피 문화 확산에 기여해야할 것이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