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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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섹스 스캔들’ 발언 논란…부랴부랴 진화 나선 통합당

정원석 비대위원에 ‘경고·활동정지 2개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두고 ‘섹스 스캔들’이라는 표현을 쓴 미래통합당 정원석 비상대책위원이 경고와 활동정지 2개월 권고를 받았다. 개인의 실언 정도로 선을 그었다가 거센 비난 여론이 감지되자 당 차원에서 발빠른 수습에 나선 것이다.

 

‘섹스 스캔들’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미래통합당 정원석 비상대책위원(오른쪽). 연합뉴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오전 긴급 비대위를 소집하고 논란의 당사자인 정 비대위원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날 긴급 비대위에는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 성일종·김미애·김재섭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하는 사람이 말을 조심할 줄 알아야 하는데, 생각 없이 그런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사전 경고의 의미에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정 비대위원은 회의 직후 유선을 통해 조치를 통보받았으며, “자성 차원에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년 몫으로 발탁된 정 비대위원은 당내 청년 조직을 개혁하기 위한 ‘한국식 영유니온 준비위원회’를 주도하고 있다.

 

앞서 정 비대위원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조문의 시간을 지나 심판의 시간”이라며 박 전 시장 사건을 두고 “박원순 성추행, 서울시 섹스 스캔들 은폐 의혹”이란 표현을 써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통합당은 정 비대위원 개인의 말실수 정도로 치부했다가 논란이 예상보다 거세자 하루 만에 긴급 비대위를 열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폐허 속에서 어렵게 멀쩡한 돌을 찾아내서 성을 쌓아도 실언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당 전반에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통합당이 이처럼 빠른 진화에 나선 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30%대로 오르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10일 조사돼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도는 31.1%로, 민주당(35.4%)과 오차범위 내(4.3%p)까지 격차를 좁혔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통합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은 “아직 우리 당의 성과라기보다는 상대 당의 과오에서 벌어진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자축은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 역시 “국민이 평가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견조한 상승세에 지나치게 도취해서는 안 된다”며 “돌출행동에 대한 상황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