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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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몇개월 내 인도·태평양사령부 미군 재배치 검토 시작"

WSJ “주한미군 감축옵션 이미 제시”
“‘주한미군 철수’ 미국인 43% 반대, 찬성은 27%"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몇개월 안에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몇몇 전투사령부의 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속해있는 주한미군이 감축 대상에 포함되는지 주목된다.

 

에스퍼 장관은 국방부가 17일(현지시간) 배포한 ‘국가국방전략(NDS) 이행:1년의 성취’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재할당’ 작업을 자신의 재임 1년간 역점 과제 중 하나로 소개했다.

 

에스퍼 장관은 “각각의 전투사령부가 작전 공간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존 임무와 태세를 통합하고 축소하는 백지 상태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사령부, 남부사령부, 유럽사령부 등에서는 검토와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 달 안에 인도·태평양사령부, 북부사령부, 수송사령부와도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참은 현재 전략환경에 적절하고 국가안보전략과 NDS와 일치하도록 전투사령부에 배정된 모든 임무와 지시에 대해 수개월이 걸리는 광범위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전략을 국방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방안을 검토해 왔다. 에스퍼 장관의 언급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일환으로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한 것과 맞물려 새삼 관심을 모은다. 여기다 에스퍼 장관의 언급은 수개월 내에 주한미군이 속한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재배치 문제가 본격 검토되고, 필요에 따라 지역별로 미군 보강이나 신규 배치, 감축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WSJ은 국방부가 지난 3월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처음 백악관에 제시했다고 보도했고, 에스퍼 장관은 인도·태평양사령부 배치 문제를 앞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재배치 계획을 잠정적으로 검토한 뒤 백악관에 이를 제시했을 수 있고, 특히 인도·태평양사령부 전체가 아닌 주한미군에 대해서만 먼저 검토해 백악관에 보고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에스퍼 장관은 이 자료에서 북한을 이란과 묶어 또 다시 ‘불량국가’(rogue state)라고 지칭하고 “우리는 미국의 군대와 이익, 전 세계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을 보호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을 계속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북한의 무기 실험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향한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인 10명 중 4명 이상은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나왔다.

 

미국 웨스턴켄터키 대학 산하 국제여론연구소(IPOL)의 티머시 리치 교수 연구팀이 지난 7일 미국인 1024명을 상대로 웹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2.85%는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2.93%는 강력한 반대, 29.92%는 반대한다고 각각 밝혔다. 응답자의 26.84%는 주한미군 철수에 찬성했는데, 강력히 찬성하는 응답자는 4.83%, 찬성하는 응답자는 22.01%였다. 응답자의 30.31%는 주한미군 철수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주한미군 철수 반대 의견을 가진 응답자의 비율이 45.42%로 공화당 지지자(43.07%)보다 높았다. 주한미군 철수 찬성 의견을 가진 응답자 비율은 공화당 지지자가 32.85%로 민주당 지지자(23.94%)보다 높았다.

 

이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북한을 더 즉각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분담을 거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인들이 주한미군 주둔을 광범위하게 지지하는 이유는 정확히 집어내기 어렵다”면서 “긍정적인 한·미관계의 역사와 북한의 적대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쟁 억제 성공과 함께 전면적인 무력충돌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