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최고 인기 지역으로 꼽히던 미국 대학 유학을 포기하는 중국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양국 간 무역전쟁에 이은 갈등 악화와 미국의 대중 적대 정책에 대한 중국 내 학생들의 우려를 방증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많은 중국인 학생들이 미국의 현 대중 정책과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미 유학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난 몇 달 동안 싱가포르나 유럽, 특히 영국 유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 코넬대 대학원 입학을 포기한 저장성 출신 잔시 두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 정책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미국은 해외에서 공부하려는 중국 학생에게 최고의 선택지였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해외 중국인 유학생은 2010년 28만5000명에서 2018년 66만2000명으로 8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100만명이 넘은 미국 유학생 3명 가운데 1명이 중국 출신일 정도로 미국은 중국 학생들에게 최고 인기 유학지였다. 그러나 이런 경향이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
베이징에 있는 인터넷 교육 기업인 뉴 오리엔탈 교육기술 그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중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학 선호도 조사에서 42%가 영국을 선택했지만, 미국을 선택한 학생은 37%에 그쳤다. 4년 전 같은 조사에서 30%가 영국 유학을 희망했고 46%가 미국 유학을 계획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극적인 반전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미국의 대중 적대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국가기관이나 인민해방군(PLA)과 관련된 중국인 유학생들이 미국의 첨단과학 기술을 빼돌린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체류 자격 박탈 등의 정책을 확대해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이미 국가 안보, 첨단 기술과 연관된 전공을 공부하는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의 체류 자격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 미 최고 명문 대학 중 하나인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경우 2018년 신입생 가운데 중국인 출신 학생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8월 기업인 10여명과의 만찬 자리에서 “미국으로 오는 거의 모든 (중국) 학생이 스파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