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변호사회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검경 등 수사기관의 즉각적인 강제수사 돌입을 촉구했다. 여성 변호사들은 ‘성추행 사건’이란 표현을 써가며 관련자 소환조사 및 서울시장실 압수수색 등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여성변호사회는 19일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하루속히 고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강제수사를 착수하고 적극적인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 피해자를 보호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진상조사에 앞서 박 전 시장 휴대폰 3대에 대한 영장 재신청과 서울시청 6층 내실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는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를 주축으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았으나 조사단에 참여하겠다는 이가 없어 구성부터 난항에 부딪혀 시간만 흘러가는 상태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변사’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고인이 생전에 쓴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영장을 신청했으나, “박 시장 사인은 극단적 선택임이 확실해 보이고 타살 혐의점은 없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기각됐다.
여성변호사회는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 측에서 기자회견을 한 지 일주일이 되었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 핵심 관계자들도 개인적인 이유를 들며 수사기관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풀 ‘키’를 쥐고 있는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 조사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임 젠더특보는 경찰에서 출석 요청을 받았으나 건강을 이유로 조사 일정을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변호사회는 “서울시 직원 및 정무 라인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강제력 없는 조사단의 조사에 응할지 의문이며, 사건 조사 대상인 서울시가 스스로 조사단을 꾸린다는 것도 공정성과 진실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이는 서울시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여성변호사회는 박 전 시장 영결식이 열린 지난 13일에도 성명을 내 “권력형 성폭력 범죄로 의심되는 피해자의 주장이 존재하는 만큼 지나치게 박 시장을 영웅시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자칫 권력형 성범죄의 심각성을 무디게 할 수 있는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葬) 장례는 부적절했다”고 질타한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