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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아무리 야당이라도” 진노… 정국 경색되나

‘박지원, 북한과 내통’ 주호영 발언에 “매우 부적절” 일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박지원 당시 국회의원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한 발언을 문제삼아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등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청문회 파행 등 정국 경색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가 최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이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아무리 야당이라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고 강 대변인은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박 후보자에 대해 “적과 친분관계가 있는 분이 국정원을 맡아서 과연 되는가”라며 “(적과) 내통하는 사람을 임명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박 후보자 본인이 ‘말도 안 되는 소리’란 취지로 발끈하는 반응을 보인 바 있으나 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회는 21대 임기 들어 한 달 넘게 개원식도 열지 못하는 등 혼돈을 거듭하다가 최근에야 원 구성을 마치고 지난 16일 ‘지각’ 개원식을 열었다. 이어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는 등 국회 운영이 정상화되어간다는 평이 나왔다.

 

그런데 이런 ‘화해’ 분위기에 일견 찬물을 쏟는 것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셈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1야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만큼 정국이 경색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악수하는 모습. 가운데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일각에선 박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일종의 ‘차단막’을 쳐줌으로써 그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통합당은 다른 후보자들은 차치하고 박 후보자만큼은 반드시 낙마시킨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박 후보자를 ‘친북’, ‘종북’ 등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앞둔 점을 감안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회 개원 기념 연설에서 한국 국회와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나란히 참여하는 ‘남북 국회 회담’의 성사를 기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에게 ‘교섭단체 연설 시 북한 관련 언급의 수위를 조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관전평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