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착수가 1년이나 늦어진 이유에 대해 답변 요청드립니다.”
라임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왜 1년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는지<세계일보 2020년 7월15일자 1·3면 참조>에 대해 기자가 서울남부지검에 한 질문이다. 처음에는 합당한 사유가 있을 줄 알았다. 업무 과중이나 검사의 잦은 파견 등으로 인해 미처 수사를 할 수 없었다든지, 아니면 고발장에 결함이 있었다든지. 하지만 돌아온 대응은 “입장이 없다”였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때문에 입장이 없다고 했다. 수사 내용을 물은 것도 아니고 검찰이 수사를 지연시킨 사정이 형사사건 공개인가.
기사가 보도된 이후에도 이에 대해 함구한 건 마찬가지였다. 한 차례 수정을 거쳐 두 번 배포한 서울남부지검의 입장문에는 사건을 각하시킨 이유가 짧게 담겼을 뿐, 왜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수사를 지연시켰는지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입장문 공개 이후에도 다시금 수사가 늦어진 데에 대해 개별적인 문의를 추가로 했지만, 서울남부지검 측에 통화나 문자가 닿지 않았다.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든, 혐의없음 처분하든, 각하하든 제 때 처리하지 않은 이유를 물은 것이었다.
다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기자의 문제의식에 동의했다. 누군가는 “검사가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채 3개월과 4개월을 초과하면 각각 ‘3초’, ‘4초’라 부르고, 4초가 되면 결재 라인이 부장검사에서 차장검사로 바뀌는 등 피곤해진다”며 “연말마다 이런 미제 사건들에 대해 통계를 내고 검사 개인 평가도 한다”고 귀띔했다. 또 누군가는 “일단 고발인 조사를 하고 나서 수사가 늦춰지는 건 종종 봤어도,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1년을 버티는 건 이례적”이라며 “이런 장기미제 사건이 때로는 징계거리가 되기 때문에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지난해 초·중순 김 전 회장을 청사에 불러볼 기회를 놓쳤다. 당시는 김 전 회장이 전임 회장과 스타모빌리티 경영권을 두고 다투고 있었던 때였고, 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합병을 두고도 최초 공시대로 대금 입금이 전혀 이뤄지지 않던 때였다. 김 전 회장은 이 분쟁 속에서 무사히 스타모빌리티의 실소유주가 됐고 이후 라임사태를 벌이는 초석으로 삼았다. 금융·증권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국내에서 가장 전문적으로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이 이를 둘러싼 자금흐름을 살펴봤으면 어떤 걸 인지할 수 있었을까. 김 전 회장이 검찰에서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걸 알았다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라임 사태가 대형 사건인 만큼 아쉬움도 크다.
김청윤 사회부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