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으로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며 KBS 내부에서 자성 목소리가 나오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KBS는 지난 18일 이 녹취록에 두 사람이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이 KBS 보도 내용과는 달라 신뢰 문제가 제기됐다.
KBS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해당 대화 녹취는 누구로부터 입수했고, 전문을 구한 것인가. 직접 취재한 것인가”라며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조차도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취재진이 입수했다는 대화 녹취의 정체를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KBS 보도본부가 오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대화 녹취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없다”며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객관적 증거라며 보도했는데 이것이 통째로 허위로 드러나면 KBS 신뢰도 자체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 비대위는 양승동 사장과 김종명 보도본부장에게 대화 녹취와 취재 과정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KBS공영노동조합도 “사건 당사자 2명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도 사실관계를 부인한다”면서 “KBS 보도본부는 정권의 프로파간다 스피커로 전락한 것인가. 회사 차원에서 진상을 파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검사장은 전날 이 보도와 관련해 KBS 보도 관계자와 허위 수사 정보를 KBS에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 해당 기사를 유포한 사람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이에 KBS는 9시 뉴스에서 “다양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면서 사과했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채널A 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검언유착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MBC 장인수(44) 기자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4월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자유민주국민연합이 최승호 전 MBC 사장과 장 기자 등 MBC 관계자 6명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단체는 장 기자 등 MBC 관계자들이 ‘검언유착’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보도를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기자도 지난 17일 구속된 후 처음으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또 이날 채널A를 대상으로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추가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이 아닌 임의제출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채널A 또는 관계자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거나 집행에 착수한 사실이 없다”며 “그 밖의 수사 상황에 대하여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장 기자와 이 전 기자의 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한 검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24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예정된 만큼 금명간 한 검사장이 검찰에 출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소환을 통보했지만 한 검사장은 이를 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은 모두 지난 2월13일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만난 사실은 있으나, 협박성 취재를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진영·정필재 기자 jyp@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