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이자 고소인인 전직 비서 A(여)씨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일각의 비난을 일컬어 “헛수고”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과거 안태근 전 검사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서지현 검사를 대리하던 시절 겪은 일화를 거론해 눈길이 쏠린다.
김 변호사는 21일 페이스북에 “내게 똥물 퍼붓는 자들이 있나 보다. 헛수고”라고 적었다. 이어 “2018년 2월 모 미투 사건을 대리하던 중 기똥찬 똥물 공격을 받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날 이후 나는 그들이 침 튀기며, 눈 부릅뜨며 내뱉는 ‘정의, 공정, 적폐, 인권’ 이런 단어들이 그들에게 농락당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일단 ‘2018년 2월 모 미투 사건’이란 안태근 전 검사장이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서 검사에 의해 폭로된 사안을 뜻한다. 이 폭로는 이후 한국 사회에서 유력 인사의 성(性) 관련 비위 의혹을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당했다)’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사태 초기 김 변호사는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두 사람은 여화여대 법대 동문이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대리인으로 활동을 시작한지 며칠 안 돼 전격 사임했다. 당시 서 검사 대리인단은 김 변호사 사임과 관련해 언론에 발표한 입장문에서 “범죄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의도를 묻고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상황이 마음 아프다”며 “이 사건의 본질이 피해자(서 검사)의 대리인 문제로 왜곡되거나 변질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는 상황’이란 서 검사를 대리하는 김 변호사의 과거 경력이 특정 집단에 의해 공격을 받은 사실을 지칭한다. 김 변호사는 박근혜정부 시절 여성가족부의 개방직 고위공무원(권익증진국장)으로 일했고, 한·일 위안부 협상의 결과 2016년 7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의 이사로도 활동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조금씩 양보해서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면 좋겠다”고 발언한 것이 훗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진보를 표방한 친문(친문재인) 진영 인사들 입에서도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이사로 활동한 김 변호사가 서 검사 법률대리인으로 나선 것은 염치 없는 행동이다”, “서 검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김 변호사가 SNS에 적은 “그들이 침 튀기며, 눈 부릅뜨며 내뱉는 ‘정의, 공정, 적폐, 인권’ 이런 단어들이 그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언급은 그 당시 친문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 느낀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