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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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코로나19 대응 경제회복 기금 1030조원 합의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들이 21일(현지시간) 나흘간 마라톤 회의를 끝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회복 기금으로 7500억 유로(약 1030조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회복을 위해 보조금 3900억유로, 대출금 3600억유로로 나누어 지원하기로 했다. 보조금은 갚을 필요가 없는 자금이다.

 

EU 지도자들은 지난 17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첫 대면 정상회의를 열어 경제회복기금 및 2021~2027년 EU 장기 예산안에 대한 협상을 벌였다. 당초 회의는 17~18일 이틀 일정이었으나 밤샘 협상에도 기금 구성과 조건 등을 놓고 회원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나흘째 계속됐다.

 

합의가 늦어진 이유는 상환이 필요한 대출금과 상환이 불필요한 보조금 비율을 두고 유럽 내 상대적 부국과 빈국이 의견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유럽 내 부국에 해당하는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피해국에 대한 보조금을 최대 3500억 유로(약 480조원)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와 달리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남유럽 국가들은 보조금 비율을 늘려달라는 입장이었다.

 

결국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전날 회복기금의 보조금 비중을 5000억유로에서 3900억 유로로 줄이고, 대출금을 3600억유로로 늘리는 타결안을 내놨고 이날 EU 회원국 정상은 합의를 이뤘다. 도출된 타결안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극도로 긴장된 순간들이 있었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진전을 봤다”고 평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나흘간의 협상 끝에 합의안을 도출한 데 대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급 요건에는 법치주의 준수 조건이 포함됐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이는 권위주의 행보 때문에 EU 지도부와 갈등을 빚는 폴란드와 헝가리 등 우파 포퓰리즘 정부가 집권한 국가들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됐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